(사진출처: KBS 뉴스)

이 문제는 결국 우리 사회구성의 원칙인 헌법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는 헌법 제119조 2항에 등장한다. 다소 충돌하는 개념인 ‘경제’와 ‘민주화’의 합성어로 이루어져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

경제는 시장을 전제로 한다.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경쟁력 없는 기업이 퇴출되는 시스템을 본질로 한다. 반대로 민주화는 1인1투표권처럼 정치적 평등을 본질로 한다. 경제민주화는 문구 그대로 해석하여 ‘경제영역에서의 민주화 달성’이란 의미일까? 이렇게 이해할 경우 시장기능이 손상된다. ‘경제민주화’는 헌법상 경제질서의 일부를 구성하는 개념이므로 전체적인 틀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권에서는 2항이 원칙이고 1항의 경제적 자유는 경제민주화의 범주 내에서만 의미를 가진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헌법 제1조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영역에서 민주주의 이념을 추구하는 ‘경제민주화’가 ‘경제적 자유’보다 당연히 우선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헌법은 다수의 결정으로도 결코 바꾸지 못하는 것이 있는 가치 구속적 민주주의를 담고 있다. 그 핵심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이다. 또한 경제민주화 정책을 추구하는 방법에도 한계가 있다. 정책의 목적이 정당해야 하며 경제적 자유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한 대기업정책의 목적으로 ‘경제력 집중’완화를 들고 있다. 하지만 법조문은 경제력집중 자체가 아닌 그러한 경제력의 남용행위를 방지하라는 의미이다. 경제력 집중 억제가 경제민주화 법안의 목적이 되기는 힘들다.

경제민주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법률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나중으로 갈수록 규제의 실효성은 높아질지는 모른다. 하지만 과잉규제로 인해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특히 소유구조를 직접적으로 규제하려는 셋째 유형의 정책이 문제이다. 헌법에는 막연하고 추상적 공익을 명분으로 경제적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 있다.

소유-지배괴리 구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한 기업행위가 벌어진다면 당연히 구조 자체를 뜯어 고쳐야 한다. 그러나 집중된 지배권으로 경영권이 안정되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잘못하면 획일적인 소유구조 규제가 오히려 시장경제의 기초를 흔들 수 있다.

1인1표의 정치민주주의는 포퓰리즘 민주주의로 전락해 오히려 경제성장에 역행할 위험성이 있다. ‘정치 민주주의’와‘경제발전’간의 명확한 상관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예상되는 부작용과 위험을 얼마나 잘 통제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에서는 경제민주화 열풍만 있고 이런 위험성이 전혀 통제되고 있지 않는 듯하다. ‘경제성장’이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경제민주화 정책은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와 ‘법치국가원칙’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제민주화 정책들은 포퓰리즘적 구호에 불과하다.

우리 모두 경제민주화 정책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며 이러한 덫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그리고 경제성장을 전제로 한 새로운 경제민주화 담론을 시작해야 한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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