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결 시나리오



피할 수 없는 미중(美中) 전쟁의 구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예고한대로 2000억 달러 규모의 對중국 추가관세를 24일 오전 0시(한국시간 24일 오후 1시)에 발동했다. 미국은 이날부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5745개 제품에 대해 10% 추가관세를 부과한다. 무역협상에 성과가 없을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는 관세율이 25%로 높아진다. 미국은 앞서 7월과 8월에 총 5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해 추가관세를 물린 바 있다.

중국도 24일 오후 12시 1분(한국시간 24일 오후 1시 1분)부터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 대상 제품 5207개 품목에 5∼10%의 보복 관세를 발동했다.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스쿨의 그레이엄 엘리슨 교수(77세)는 국제정치 및 핵전략의 이론과 실천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대학자이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사건의 결정 과정을 분석한 ‘결단의 핵심’이란 책은 이 시대의 대표적인 명저(名著)이다. 그는 정부 요직도 경험하였다. 1980년대에 미국 국방장관 특보, 1990년대 초엔 국방부 정책 기획 담당 차관보를 역임하였다. 그는 작년에 <피할 수 없는 전쟁: 미국과 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나?(Destined for War: Can America and China Escape Thucydides’ Trap?)>라는 책을 냈다. 워싱턴의 파워 엘리트 사이에서 화제가 된 이 책에서 엘리슨은 서기 전 5세기 그리스의 투키디데스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교훈을 주제로 설정하였다.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싸워서 아테네가 몰락한 전쟁인데, 투키디데스는 이렇게 요약하였다.
<아테네의 부상(浮上)이 스파르타에 심어준 두려움, 이것이 전쟁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 분석 틀을 지난 500년의 세계사에 적용하였다. 급부상하는 강국이 기존의 국제질서에 충격을 가하는 과정을 조사하였더니 16개의 사례 중 12개의 예에서 전쟁이 타졌다. 떠오르는 강대국 중국과 챔피언 미국도 이런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고, 북한의 핵문제는 그런 전쟁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미북(美北)이 핵문제를 놓고 충돌 코스를 달리는데 이는 더 큰 미중(美中) 대결 구도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남북대결, 남한 내의 좌우대결, 그리고 일중(日中) 갈등까지 더하면 동북아는 중첩된 충돌 코스를 동시에 달리는 열차이다. 어느 한 코스에서 충돌이 일어나도 다른 데 영향을 끼치든지 연쇄 폭발할 수 있다. 다음은 가상 시나리오이다.


미중 대결 구도에서 北核이 더 큰 전쟁의 도화선이 될지도


트럼프 대통령은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읽고 엘리슨 교수를 백악관으로 초청, 저녁을 대접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견해를 듣는 기회를 가졌다. 대통령은 엘리슨 교수가 중국 경제력의 규모에만 너무 집착, 그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다.

*대통령: 책을 잘 읽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정상화시켰던 닉슨 대통령 시절의 미중(美中) 관계와 지금은 어떻게 다릅니까?
*엘리슨: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사실과 수치에 무관심해요. 내가 만난 상원의원들에게 몇 가지 통계를 이야기하면 처음 듣는다는 표정입니다. 군사문제에 맑은 매케인 의원도 그랬습니다. 물론 각하께선 잘 아시겠지만, 이런 비교를 하지요. 미국과 중국이 시소를 타고 있다고 칩시다. 1970년대로 거스를 필요도 없이 1990년, 중국의 GDP(구매력 기준)는 미국의 15%였습니다. 2014년에 와서는 중국과 미국이 같아졌습니다. 2024년이 되면, 물론 그때는 각하가 여기 계시지 않겠지만, 중국이 미국의 1.5배가 됩니다. 기분 나쁘게 들리시겠지만 미국은 무거워진 중국이 시소의 반대편에 앉아 있는 관계로 지금 두 발이 공중에 떠 있습니다. 우리의 생애 중 국제무대에서 전혀 영향력이 없었고, 구매자나 판매자로서 국제시장에서도 무시되었던 한 나라가 우리의 경쟁자가 되었으며 머지않아 우리를 능가할 것입니다. 이런 상태는 매우 위험합니다.
*대통령: 중국을 상대하여 보니 어느 나라보다 무겁고 복잡하다는 느낌을 갖습니다. 시진핑 주석을 처음 만나고 헤어질 때는 우정 같은 것도 느꼈는데, 북한에 대하여 하는 짓을 보니 영 마음에 들지 않아요. 기름을 끊어 북한의 핵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주지 않으면 미국은 일본과 한국의 핵무장을 막을 수 없다고 압박하니 달라지긴 하는데 참 힘이 듭니다. 그런데 2500년 전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동북아와 미중(美中) 관계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엘리슨: 아테네가 강력해진 것이 스파르타의 두려움을 촉발,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터진 것은 구조적인 문제의 필연적 결과입니다. 1차 세계 대전의 발발도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19세기 독일의 부상(浮上)은 영국에 큰 두려움을 심었습니다.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태자가 세르비아 청년에게 암살된 사건이 어떻게 유럽 전체를 전쟁으로 끌고 들어갔느냐 하는 것은 독일과 영국 간의 대결 구도 아래서 설명됩니다. 영국은 독일을 견제하기 위하여 프랑스 및 러시아와 손을 잡았는데 독일은 유일한 동맹국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었습니다. 이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보복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여도 밀어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유일한 동맹마저 잃게 되니까요. 영국은 오스트리아와는 유감이 없었지만 동맹국인 러시아, 프랑스, 그리고 중립국인 벨기에를 독일이 위협하는 것을 보고 독일에 대항하여 참전하게 되지요. 다른 나라 일로 전쟁에 휘말려 들도록 하는 것이 바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입니다. 미국이나 중국도 한국이나 북한의 일로 해서 서로 전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떠오르는 강국과 이를 경계하는 기존의 강대국이 대치하는 구조가 바로 그러한 전쟁의 위험성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쓴 책을 각하나 시진핑 주석이 제대로 이해하신다면 그런 전쟁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美中 빅딜로 한반도 미래 결정?


*대통령: 교수님은 쿠바 미사일 사건을 깊게 연구하셨는데 북한 핵 위기와 유사점이 있습니까?
*엘리슨: 북핵 위기는 쿠바 미사일 사건의 슬로 모션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케네디 대통령이 전쟁을 원하지 않았지만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고 쿠바를 봉쇄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는 핵전쟁이 일어나 1억 명 이상이 죽을 확률이 3분의 1쯤 된다고 생각하였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쿠바로부터 소련의 핵미사일을 철수시켜야만 하는 상황에 몰린 것입니다. 북한이 쿠바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제거하여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데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가? 저는 전쟁위험이 쿠바 미사일 사건 때보다 낮지 않다고 봅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1962년 백악관의 대책회의에서 군부는 쿠바를 공격하길 원하였습니다. 문제는 쿠바에 소련군이 핵폭탄을 반입하였는지 않았는지를 모르는 상태였다는 점입니다. 케네디는 막판에 가서 군사 공격을 단념하고 해상봉쇄를 선택하였습니다. 뒤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소련군은 쿠바에 전술핵 폭탄을 100개 이상 들여놓았습니다. 만약 미군이 상륙하였으면 미국 본토를 향하여 핵을 쏘았을지도 모릅니다.
*대통령: 저는 장사꾼 출신이라서 그런지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을 얼마든지 ‘투키디데스의 축복(Thucydides’ Blessing)'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고 보는데요?
*엘리슨: 무슨 수로 가능할까요?
*대통령: 시진핑 주석과 담판을 짓는 거죠. 미국과 중국이 손잡고 폭군 김정은과 핵을 제거하는 대가로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전통적인 기득권이랄까, 영향력을 인정해주는 것이죠. 전에 만났을 때 시진핑은 한국은 옛날부터 중국에 예속되었던 나라라고 하던데요.
*엘리슨: 대통령 각하, 대가(代價)를 너무 비싸게 계산하십니다. 한국이 얼마나 큰 나라라는 사실을 간과하십니다.
*대통령: 크다고요?
*엘리슨: 한국은 세계 5대 공업국, 6대 수출국, 7대 무역국, 삶의 질 세계 18위, 2030년에 가면 남녀 공히 세계 최장수국이 되는 나리입니다. 한국은 동아시아의 아일랜드가 아니라 독일입니다. 민주주의 지수에서 일본을 앞서는 아시아의 가장 역동적인 민주국가입니다. 동북아에서 미국과 가장 비슷한 정치적 이념체계를 가졌습니다. 스탈린 모택동이 공모하여 김일성을 앞세워 남침하였을 때 트루먼 대통령이 참전을 결심, 살려 낸 나라입니다. 5만4000명의 우리 젊은이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낸 자유의 나라를 공산 독재국 중국의 영향권 밑으로 넘기면 미국은 유라시아 대륙의 가장 중요한 교두보를 놓치게 됩니다. 각하 미국이 추구해야 할 국익의 최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유라시아 대륙에서 패권국가가 등장하는 것을 막는 일입니다. 닉슨과 키신저는 중국과 소련을 갈라놓는 데 성공하여 이 목표를 달성하였는데 미국이 한국을 중국으로 넘기면 그 악몽(惡夢)을 우리가 이루는 꼴이 됩니다.


한국의 역동적인 민주주의가 武器


*대통령: 교수님 말씀에 감명 받았습니다. 나는 미일(美日)동맹만 탄탄하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그런데 말입니다. 한국 대통령은 이 판국에도 김정은과 대화하겠다고 나서니 솔직히 말해서 짜증이 납니다. 주한미군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사드를 배치하려고 했더니 이것도 이런 저런 핑계로 지연시키고, 과연 동맹국이 맞나, 라는 생각까지 들어서 제가 한국의 몸값을 낮추어 본 모양입니다.
*엘리슨: 한국은 프랑스처럼 정치가 좌우 대결 구도여서 좀 소란스럽기는 하지만 냉전 시대 자유의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룩한 민주주의입니다. 이제는 한국을 ‘자유의 파도’로 써 먹어야 합니다. 중국을 견제하는 데는 일본의 경제력만으로는 안 됩니다. 한국이 가꾸어 온 활력 있는 자유의 바람을 북한과 중국으로 들여보내야 합니다. 북한 전체주의 정권을 해체하고 중국의 1당 독재를 완화시키는 데는 정치적, 심리적 부문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 발전은 한국 박정희의 발전 모델을 상당히 참고한 결과인데, 정치 부문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대통령: 좋은 강연 감사합니다. 저 젊은 폭군으로부터 핵무기를 제거하는 데는 묘수(妙手)가 없을까요?
*엘리슨: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기(傳記)를 권합니다. 도리스 컨스 굿윈 여사가 쓴 ‘특별한 시대’(No Ordinary Time)를 들고 며칠 휴가를 가십시오?
*대통령: 그러면 CNN이 나를 얼마나 욕할지 짐작이 안 가십니까?
*엘리슨: 각하, 클린턴 전 대통령이 제게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내 임기 중 잘못된 결정을 한 것은 예외 없이 심신이 지쳐 있을 때 내린 경우라고. 루스벨트 대통령도 1940년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처칠의 영국이 독일을 상대로 외롭게 싸우는데 도울 방법이 없었습니다. 후버와 린드버그 같은 사람들까지 나서서 유럽 전쟁에 끼어들면 안 된다고 하고 여론도 반전(反戰) 쪽이었습니다. 어느 날 루스벨트는 10일간의 휴가를 냈습니다. 해군 함정을 타고 혼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휴가를 마칠 때 그는 세계사를 바꿀 만한 거대한 아이디어를 하나 들고 나왔습니다. 500억 달러 규모의 원조 법안, 각하도 잘 아시는 대여법(貸與法·Lend-Lease Act)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영국뿐 아니라 나중엔 독일과 싸우는 소련도 이 법의 혜택을 받아 미국이 생산한 장비로 독일군을 꺾지 않았습니까? 각하, 북한의 핵 위기를 극복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 이후를 생각하는 큰 그림을 그리세요?
*대통령: 큰 그림을 그리려면 실마리라도 있어야죠?
*엘리슨: 있습니다. 다음 주에 시진핑 주석을 만나신다는데 제가 조언을 해드려도 좋습니까?
*대통령: 부탁합니다. 핵전략과 중국에 정통하신 분으로는 키신저 박사와 교수님이 최고 아닙니까?


북한의 핵무장은 중국이 파키스탄을 경유하여 시킨 것


*엘리슨: 중국 사람들은 고사성어(故事成語)나 역사적 사례를 들어서 대화를 이끄는 경우가 많은데 시진핑 주석에게 먼저 ‘결자해지(結者解之)’를 해야 합니다, 라고 하세요. 무슨 뜻이냐 하면 북한이 핵개발을 하도록 만든 장본인이 중국이니 중국이 책임지고 문제해결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보고를 받으셨는지는 모르지만 전문가인 제가 설명을 드리는 게 나을 듯합니다. 1976년 파키스탄의 알리 부토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 병자(病者)나 다름없는 모택동을 만났습니다. 여기서 파키스탄의 핵개발을 중국이 지원한다는 약속이 이뤄졌습니다. 그 2년 전 인도가 핵실험에 성공한 것이 중국과 파키스탄을 더 가깝게 만들었습니다. 이 합의에 따라 중국은 핵무기 제조 기술, 설계도, 농축우라늄까지 파키스탄에 제공하고 1990년엔 핵 실험장까지 빌려주어 최초의 실험을 하도록 도왔습니다. 1998년에 인도가 핵실험을 공개적으로 하자 파키스탄은 한 달 내에 대응 핵실험을 했는데, 이는 이미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는 뜻이죠.
그런데 파키스탄에 제공된 중국의 핵개발 기술이 북한으로 넘어갔습니다. 중국은 이를 눈감아 주었습니다. 중국은 의도적으로 파키스탄을 경유하여 북한의 핵개발을 돕는 루트를 열어놓은 것입니다. 사실이 폭로되어도 “우리는 모른다. 파키스탄에 물어보라”고 발뺌할 수 있게 된 거죠. 중국이 도와서 완성된 그 핵폭탄이 이제는 미국을 위협하는 창이 되었을 뿐 아니라 중국을 겨누는 단도(短刀)로 변했습니다. 중국도 무엇을 할지 모르는 젊은 독재자가 가진 핵무기가 부담스럽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중국이 밀어주고 보호하였던 장성택, 김정남을 김정은이 죽인 것은 중국에 대한 도발이기도 했습니다. 중국 고관들을 만나 보면 사석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김정은을 짐승에 비교하면서 인간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존재라고 합니다. 김정은을 제거하는 방법도 어렵지만 중국으로서는 더 어려운 것이 제거한 다음입니다. 그래서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로 시진핑의 기를 눌러 놓은 뒤 이렇게 물어보십시오? ‘신라’라는 나라를 아느냐고?
*대통령: 신라? 나도 모르는데요.
*엘리슨; 제가 지금부터 설명 드리겠습니다. 하버드의 케네디 스쿨에서 가르친 제자들이 한국에 많아 저도 들어서 아는 이야기입니다. 7세기 동북아에서 큰 변화가 생깁니다. 중국에서 통일국가가 생기면 주변 국가들이 다 영향을 받는데 수(隋)와 당(唐)이라는 북방계통의 대제국이 등장합니다. 한반도에선 신라, 백제, 고구려가 서로 싸우고 있었습니다. 고구려는 지금의 북한과 비슷한 사나운 나라인데 수, 당, 그리고 신라를 적으로 삼았습니다. 신라는 지금의 한국과 비슷한 지역을 차지하였는데 당과 동맹을 맺어 고구려, 백제를 멸망시킨 다음 당까지 몰아내고 한반도를 통일합니다. 당은 신라의 삼국통일을 도와주고도 쫓겨난 신세가 되었지만 그 신라가 고구려와는 달리 만주에 대한 야욕이 없고, 중국에 복속하는 자세를 취하니 다시 친선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 이후 1300년 동안 한족(漢族) 중국 정권과 한국인들 사이에는 한 번도 전쟁이 없었습니다. 1950년 10월까지는.
*대통령: 그때 중공군이 개입하여 한국의 통일을 막고 북한정권을 지켜주었으니 북한의 핵 위기에 대한 역사적 과오가 크군요.
*엘리슨: 그렇습니다. 그래서 위대한 대통령들은 모두 역사의식이 투철한 분이셨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대학도 졸업하지 않았지만 역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냉전 승리의 기초를 놓았지 않습니까? 트루먼은 한국전을 종식시키지 못하고 물러나는 바람에 지지율이 역대 꼴찌였지만 지금은 역대 대통령 랭킹에서 5~6등을 합니다. 각하께서도 지금 언론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시고 계시지만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여 동북아에 항구적 평화를 가져다준다면 트루먼 대통령의 자리에 서실 것입니다.

통일신라의 모델로 동북아에 평화를 자겨올 수 있다

*대통령: 그 신라라는 나라 이야기를 계속하시죠.
*엘리슨: 신라가 한반도를 통일하니 힌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전체가 약300년 간 평화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가 아시아 고대사(古代史)의 황금기였습니다. 한반도가 안정되니 일본도, 중국도 한반도에 개입, 국제전쟁을 할 명분이 없어지고 불교를 공통분모로 한 교류와 협력의 시대를 열게 된 것입니다. 이게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결정짓는 법칙입니다. 한반도가 통일되고, 강력하고, 자유롭고 번영하면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도 공존공영하게 되어 있습니다. 한반도가 분열되거나 약해졌을 때 한국전쟁, 러일전쟁, 청일전쟁, 임진왜란, 몽골침략 등이 일어났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각하께서 신라 이야기를 꺼내시면서 미국과 중국이 손을 잡고 북한의 핵무기와 김정은을 제거한 후 한반도를 통일신라 식으로 평화적으로 관리하자고 제안하십시오.
*대통령; 역시 역사로부터 배울 게 많네요.
*엘리슨: 아닙니다. 각하 역사로부터 배울 필요는 없습니다. 역사를 참고만 하십시오. 역사의 포로가 되면 ‘도미노 이론’에 집착, 월남전의 수렁에 빠져들었던 케네디, 존슨의 잘못을 범하게 됩니다.
*대통령: 화약고인 한반도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데 중국과 미국이 협력하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투키디데스의 축복’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씀인데 구체적인 정책 대안이 필요합니다.
*엘리슨: 국무장관이나 국방장관이 들으며 기분 나쁠 정도로 오늘 제가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수개 월 전에 중국의 관영 매체가 사설에서 흥미로운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이미 대통령께서도 중국 측으로부터 그 입장을 통보 받았다고 봅니다. ‘북한이 미국을 먼저 공격하여 전쟁이 벌어지면 중국은 중립 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먼저 공격하면 중국은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을 먼저 쳐주도록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루스벨트 대통령의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해 준 것이 일본의 진주만 기습이듯이 말입니다.
*대통령: 김정은이 괌에 미사일을 쏘았더라면 우리는 반격할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너무 겁을 주었는지 물러서더군요. 이제 중국이 기름을 끊는다고 하니 지켜봅시다.
*엘리슨: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게 된 것도 일본군이 인도지나로 진주한 데 대한 보복으로 대일(對日) 석유 금수 조치를 단행한 때문이었습니다. 중국과 깊은 대화를 통해 북한이 먼저 도발할 경우의 협력 방안을 미리 만들어놓는 것이 좋겠습니다. 통일된 한국이 중국에 위협이 되는 게 아니라 과거의 신라처럼 동북아 번영의 안전판이 되도록 협력하겠다고 안심 시키고, 통일된 한국이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중국에도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하시지요. 한미일 동맹이 약해지거나 미군이 아시아에서 철수하면 일본은 당장 핵 강국의 길을 선택하고 한국과 대만도 이를 따를 것인데, 중국이 감당하기 어렵지요.
*대통령: 영감(靈感)이 솟아나는 대화였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