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5월에 李厚洛(이후락) 정보부장이 북한에 가서 金日成(김일성)하고 두 번 회담했습니다. 金日成이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이후락 정보부장이 그때 할 말을 했습니다.
“남북한의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먼저 남침을 인정해야 한다. 당신들 남침해놓고 계속 북침했다고 하는데 그럼 무슨 신뢰관계가 쌓이겠느냐.”
이러니까 金日成이가 南侵(남침)했다는 이야기는 직설적으로는 하지 않고 “박 대통령한테 앞으로 남침 없다고 전해 주세요. 앞으로 전쟁 안 합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한 수 덧붙여서 1968년 1·21사태에 대해서 “그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번에 金正日 말도 똑같은 이야기입니다) 軍(군)의 정찰국장이라는 과격 맹동분자 몇 놈들이 그렇게 했다. 그래서 책임을 지고 斥黜(척출)시켰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럼 그 이후부터 북한이 공식석상에서 ‘1·21 사태는 군의 맹동분자 등이 한 것이다”라고 인정한 적이 있습니까?

그리고 노동당규약 개정문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金正日(김정일)이가 먼저 이야기를 했어요. “국가보안법이나 노동당규약이나 과거에 매여 있기 때문에 우리 두 사람이 없앤다고 해도 인민들 때문에 참 힘듭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말이 어떤 식으로 해석돼 가지고 우리 국가보안법을 개정 추진하는 쪽에서 “북한에서 노동당규약도 바꾸기로 했다더라”라고 이야기했어요. 남북 간에 이 상호주의를 참으로 잘못 해석하는 경우라 생각합니다.

북한의 노동당규약에 물론 대남 赤化(적화)통일을 규정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 없어지는 것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무슨 의미냐 하면 북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김일성, 김정일의 敎示(교시)입니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이 ‘유일사상 확립을 위한 10大 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밑에 ‘노동당규약’이 있습니다. 노동당규약 밑에 ‘헌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金正日의 말 한마디로 그 밑에 있는 성문법은 아무 의미도 없게 됩니다. 북한헌법 어디를 보아도 남침하겠다는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남침은 이루어졌습니다. 세상 어느 나라 헌법에 전쟁을 하겠다고 명시한 데가 있습니까?

더구나 북한은 일당독재가 아니라 일인지배체제입니다. 일당독재 국가가 되면 노동당규약이 중요하죠. 그러나 1974년부터 북한이 일인독재체제로 되었기 때문에 김일성 교시, 김정일의 말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적화통일을 주장하는 부분을 노동당규약에서 빼버린다 그러니까 거기에 맞추어서 ‘우리의 헌법조항 바꾸자’ 하는 말이 나올 것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체제에서는 말이란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노동당규약을 개정해서 대남적화 부분을 뺀 뒤에도 필요할 때 대남 침략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공개된 사회이기 때문에 법율 한번 바꾸면 그 후에 상황이 바뀌어졌다 하더라도 그 법을 다시 복구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민주주의 체제와 일인지배체제의 생리를 오해한 과정에서 상호주의가 되지 않는 것을 서로 연결시키려고 하는 이런 속임수에 우리 말려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요즘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민족’이라는 말로써 국가를 파괴하려고 하는 논리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의 악행, 범죄행위를 따지려 들면 “아이고 골치 아프다, 그래도 같은 민족 아니냐?” 이렇게 하려고 합니다. 말하자면 감상적 민족주의를 들고 나와 가지고 국가로써 반드시 챙겨야 될 것, 그리고 특히 민주주의가 반드시 챙겨야 될 것은 덮어버리고 적당히 넘어가려고 하는 그러한 논리가 구사되고 있습니다. 이런 민족주의는 국가를 파괴하는 민족주의입니다. 이건 민족주의가 아닙니다. 이런 민족주의는 인종적 민족주의죠. 민족주의라고 해서 ‘김정일 정권도 통일의 대상이 된다’, ‘같은 민족이니까 살인범도 容恕(용서)할 수 있다’, ‘몇 백만을 죽인 살인범도 용서할 수 있다’ 이런 식의 민족주의는 인종주의적 민족주의, 즉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는 민족주의입니다.

민족이라 해서 범죄행위를 다 용서해 준다면 이것은 나치즘하고 똑같은 것입니다. 나치즘이 뭡니까? 아리안族(족)의 위대성을 강조하면서 ‘유태人은 다 쓰레기 같은 인종들이다 다 죽여버려야 한다’는 것 아니었습니까. 북한에 대해서 지금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우리 좌익이 주장하고 있는 민족주의하고 다른 게 없습니다.

그러면은 과연 김정일이 같은 민족이냐 하는 것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김정일은 우리와 인종적 혈연관계를 보유하고 있다하는 그 하나를 제외하고는 민족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같은 민족은 뭐냐? 그것은 같은 인종적인 뿌리를 가지고 있어야 되는 것, 그것만으로 만족스럽지 않죠. 같은 언어를 써야 하고 같은 역사관을 공유해야 되는 것입니다. 같은 가치관을 공유해야 하고 같은 미풍양속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같은 정치적인 이념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여러 가지 5∼6개의 민족을 규정하는 조건 중에서 김정일이 하고 여기 앉아 계신 여러분들과 같은 것은 한국말을 한다, 인종적인 뿌리가 비슷하다 그런 정도입니다. 그 나머지 김정일의 특성은 反민족주의적이죠.

북한은 우리 민족사를 다 파괴하고 그리고 그 민족사를 파괴한 자리에 김일성 一家(일가)의 역사를 대치해 놨습니다. 그래서 북한사람들한테 역사교육을 안 시켜 가지고 한글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게 만들었지요. 역사에 대해서 우리 민족사에 대해서 바보로 만들어버렸어요. 우리 민족사에서 유지해왔던 공동체의식, 미풍양속, 이웃 간에 친하게 지내고 문중 간에 화목하게 지내고 나이 많은 분들은 존경하고 하는 미풍양속을 파괴하고 거기에다가 계급투쟁 의식을 대치해가지고 우리 공동체를 증오의 도가니로 만들었습니다.

우리 민족사에서는 한번도 정치적인 虐殺(학살)이 없었습니다. 세계 역사에서 드문 경우입니다. 공산주의가 우리 땅에 들어오기 전에 그랬습니다. 그러나 유럽에서 보면 종교의 차이로, 또는 지역간의 갈등에 의해서 수십만을 죽이고 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습니다. 우리는 통일신라 이후 정치적인 이유로 어느 한 쪽을 쓸어버린다든지 하는 이런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유교적인 공동체 윤리, 이것 때문에 평화공존이 가능했습니다.

1945년 이후에 공산주의가 들어와 가지고선 머슴이 地主(지주)를 때려죽이고 아들이 아버지를 고발하는 것도 ‘이것은 위대한 혁명적인 과업이다’ 하는 식으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야수성, 인간이 가지고 있는 증오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열등감 등을 자꾸 자극을 하고 폭발시켜 결국 우리 민족사상 유래가 없는 대살육이 일어났습니다. 그 살육과정에서 시작은 좌익이 일으켰지만은 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익에 의한 정당방위 차원의 학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새는 원인제공한 것은 다 빼버리고 우익 군대·경찰이 한 정당방위적인 대응행위에 대하여는 그것을 ‘학살’로 규정을 하고 문제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김정일을 같은 민족으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은 우리 민족공동체를 파괴하는 이 증오의 논리를 우리 사회에 도입했다는 것, 이것 때문에 인정도 용서도 할 수 없죠. 그래서 우린 김정일을 민족사의 이단세력이라고 이야기하고 反민족세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反민족은 동족의 반대말 아닙니까? 그 反민족세력하고 어떻게 統一(통일)을 논의할 수 있습니까? 통일은 뭐냐? 그것은 권력을 나누어 가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2002년에 ‘이회창 대통령 밑에 김정일 국무총리’가 가능합니까? 우리가 김정일과 통일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 후손들이 정치범 수용소에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일과 같이 통일한다는 것은 정치범 수용소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그 정치범 수용소에 우리들 후손들이 안 들어갈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