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北 작가 반디(筆名)가 밀반출하여 2014년 조갑제닷컴에서 출간한 단편집 ‘고발’은 지난 2월 말 프랑스 번역본이 나온 이후 국제적 화제가 되고 있다. 곧 일본어, 이탈리아 번역본이 나오고 내년 봄에는 미국과 영국에서 영어판이 나와 본격적인 관심을 모을 것 같다.

프랑스판 이후 西歐에선 문학 비평가들이 수많은 평론을 내고 있고 프랑스의 친북 단체는 ‘고발’이 남한에서 조작된 것이라는 음모론을 확산시키려 하지만 잘 먹히지 않는다. ‘고발’을 읽어본 이들은 “이 책은 외부 경험이 없는 북한 작가가 쓴 작품일 수밖에 없다”는 자연스런 경험에 도달한다. 한국인은 이 소설에 사용된 낱말들 중 상당수가 남한에서는 쓰지 않는 것이고, 북한 전문가라도 알 수 없는 북한 체제의 본질과 비밀을 발견하곤 “북한 작가가 쓴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Vazquez라는 필명의 한 평론가는 ‘고발’을 자세히 분석한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영문). 그는 ‘반디’가 ‘분노한 작가’이지만 ‘격조 높은’ 작가라고 호평하면서 왜 한국에선 화제가 되지 않는지 의문을 던졌다.

<한 유명한 한국 작가가 이 소설이 잘 써진 것이 아니라고 평했다는 글을 읽었는데 나는 프랑스 번역본을 읽고 이 소설은 매우 잘 쓴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약점이 있는 작가가 아니다. 그런데 남한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이나 탈북자 등에 대하여 관심이 적다. 탈북한 작가들은 한국에서 출판하기가 매우 어렵다. 반디의 경우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한편 이 소설은 세계 도처에서 칭찬과 축하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래서 내 생각으로는 한국의 그런 견해는 무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한국의 대다수 문학인들은 민족사의 최대 비극인 북한의 참상을 소설이나 詩의 소재로 삼는 것을 禁忌視한다.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것을 무슨 죄나 짓는 것처럼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 이들에게는 북한 작가가 목숨을 걸고 내어보낸 이 작품은 거북하기도 하고 질투의 대상이기도 하다. 비겁한 인간은 용감한 사람을 보면 존경심을 갖게 되기는커녕 트집을 잡아 깎아 내리려 한다. 한국 문학의 추한 모습이 ‘고발’에 의하여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