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선임기자가 어제 자 신문 오피니언 면에 '박유하 사태'에 대한 글을 실었다. 요지는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를 지지하고 검찰의 공소제기를 비판하는 韓日 양국 지식인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박 교수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이다. 나는 내용에 전혀 공감할 수 없어 답답한 마음에 여기 조갑제닷컴 게시판으로 와서 반론을 적어보려한다.

조선일보는 박유하 교수가 기소된 일을 '박유하 사태'라고 표현했는데 '사태'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 자체가 검찰의 형사기소로부터 시작된 이 사안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신문사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그리고 공권력과 박유하의 대결이 아닌 위안부 할머니와 박유하의 대결이라고 표현했는데 80넘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어려운 형사소송을 주도적으로 추진했을 리가 없다. 그 뒤의 이른바 '지원단체'라는것이 존재하여 이들이 박유하 교수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을 주도하는데 조선일보는 근래들어 위안부를 앞세워 소송을 남발하는 이 '지원단체'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한번도 제대로 비판을 한 적이 없다.

나는 위안부 할머니들도 公人이라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인의 지위는 신분과 직책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도 기준이 된다고 본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대한민국의 최고존엄'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사회적 영향력이 막강한 사람들이 되었다. 매 주 수요일마다 他國 대사관 건너 길거리에서 집회시위를 벌여도 누구 하나 뭐라 안하고, 전국 곳곳에 소녀상을 설치해도 이의 부당성을 말하는 언론의 목소리가 없다. 아마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있다면 박유하 교수처럼 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이분들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국무총리 후보자도 낙마할 것이고 정권은 선거에서 대패할 위기에 놓일 것이다. 그것이 작금 한국사회 여론의 현실이다. 우리 사회 최고의 '터부'로 자리잡고 자주 언론에도 소개되는 이 위안부 할머니들이 '공인'이 아닐 이유가 없다.

사건 당사자의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수사기관이 그에 대해 판단과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고소가 들어왔다고 해서 피해당사자의 주장대로 피고소인을 항상 검찰이 재판에 넘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일방 당사자의 대변인이 아니라 공익의 대변인으로서 사안을 객관적으로 봐야 하고 때로는 피고소인을 무혐의 처분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검찰이 편향적 시각으로 그릇된 판단을 내린다면 그 판단에는 비판이 가능하다 할 것이다. 박 교수를 지지하는 지식인들의 목소리는 검찰이 판단을 내리는 과정 자체를 문제시하는 게 아니라 '공소제기' 라는 판단을 내린 검찰의 최종 결정을 규탄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선임기자는 칼럼에서 '(박유하 교수의 주장대로 명예훼손이 아닌지) 과연 그런지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썼다. 기자가 이렇게 약간 비아냥거리는 식으로 박 교수의 주장이 법정에서 인정받지 못할 거라는 뉘앙스를 풍긴 것은 우리나라 사법부가 절대 박교수같은 주장을 펼친 사람에게 무죄판결을 내리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곧 선고가 나올 산케이지국장 재판이나 이제 시작될 박교수 재판은 유죄냐 무죄냐 이 양단간에 하나를 놓고 예상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온 나라 언론과 정치권, 시민단체가 한목소리로 일본을 욕하고, '장진호'의 옛 地名 하나조차 미국인들이 일본식으로 부르고 있으니 이걸 우리식으로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런 나라의 법관과 법원이 두 사안에서 절대 무죄판결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다. 박유하 교수 저술을 한국 법정에 넘기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기소를 반대하는 지식인들의 성명에 이유가 있는 것이다.

박유하 교수가 일본 문학 연구자라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다룸에 한계가 있다고 말하는 논리는 또 뭔가? 일반 학부생도 부전공, 다전공을 하는데 日文學 전공이면 위안부에 전문성이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조선일보 기자가 말하는 '이 문제의 역사적, 법적, 사회적 맥락을 천착해 온 한국의 전문가들'은 名門대학에서 '위안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딴 사람들이라도 되는가. 박 교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내 어느 사람보다도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다. 자신을 고소한 위안부 할머니들이 사는 '나눔의 집'에도 자주 왕래하며 그곳에 사는 위안부 할머니와 교분을 쌓고 많은 대화를 나눈 사람이다. (그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나눔의 집측이 박교수에 대한 법적소송을 시작했다) 한일간의 첨예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는 박유하 교수처럼 한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살면서도 일본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고 일본인의 입장 또한 이해해 줄 줄 아는 심성을 가진 분의 목소리가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민족주의에 경도되어 오직 한국의 주장만을 옹호하고 일본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한국인 및 재일교포 학자들의 주장은 당장 우리 언론의 귀에는 솔깃할지 몰라도 일본인들은 동의하지 못할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韓日관계에 부정적 영향만 加重시킬 것이다. 박 교수의 저서가 학술서 형식인지 산문집 형식인지도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제출해서 학위 따려고 지은 책도 아닌데, 꼭 논문처럼 써야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박유하 교수는 자기 페이스북에서 밝히길 검찰의 공소제기 직후에 자신에게 인터뷰를 제의해 온 국내 메이저 언론사는 한 군데도 없었다고 한다. 균형있고 올바른 언론이라면, 취재도 인터뷰도 않고 선임기자가 편향적인 자기 생각을 일방적으로 칼럼 게재하는 것보다는 당사자를 만나 인터뷰를 하여 그 全文을 실어주는 것이 바른 자세라 할 것이다. 조선일보는 비판 칼럼을 쓰기 전에 박유하 교수와 인터뷰를 먼저 해보라. 그러고나서도 박교수를 비판하고 싶다면 신문사 선임기자 칼럼이나 사설로 직접 힐난하기보다는 나눔의집 소장의 인터뷰를 실어 반박하는 형식이 좋을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 사안에서 중립적 자세를 취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