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오후 5시30분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세계에서 가장 긴 여객기인 독일 루프트한자 소속의 최신형 보잉 747-8(길이 76.3m. A-380보다 3.6m 더 길다)은 나를 포함한 300명이 넘는 승객을 태우고 인천공항을 향하여 이륙하기 위하여 활주로로 서서히 접어들고 있었다. 그 순간 객실 천장에 달린 연기 感知(감지) 경보판의 빨간 燈(등)이 켜지더니 웽, 웽 하는 경보음이 나왔다. 여자 승무원이 빠른 걸음으로 객실 뒷쪽 부엌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경보판의 경보음은 계속되었다. 여객기는 멈추었다. 객실은 어수선해졌다. 10여 분이 지나 機長(기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요지는 <연기감지 장치에서 소리가 나 현장을 검사하였더니 연기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기술자를 불러 확인을 해야 하니 이륙을 중단하고 점검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여객기는 誘導路(유도로)에서 벗어나 정비 공장과 가까운 곳으로 옮겼다. 노란 점퍼를 입은 기술자들이 올라와 한 시간 넘게 점검과 수리를 하였다.

2011년부터 팔리기 시작한 보잉 747-8은 길이 76.3m, 최대이륙무게 442.3t, 最長(최장) 운항 거리 1만3100km, 승객 정원이 362명(1등석 8명, 2등석 92명, 3등석 262)이다. 지금까지 60여 대가 팔렸다. 최신형 비행기의 최신형 감지장치가 誤認(오인) 경보를 한 셈이다.

이 비행기 안을 꽉 메운 승객들은 조용히 기다렸다. 한 사람도 항의를 하지 않았다. 몇 사람이 승무원들에게 묻는 정도였다. 나중에 한 동행자가 말했다.
"기분은 나빴지만 독일 항공사니까 안심이 되더라."

독일인 기장의 목소리가 다시 나왔다.
"기술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한다. 20분 내로 이륙한다. 인천공항 착륙예정 시간은 오전 10시30분에서 오후 12시30분으로 늦어질 것이다. 지금 機內(기내)에서 전화하여 마중 나올 사람들에게 알려도 된다."

루프트한자 여객기는 두 시간을 까 먹고 오후 7시30분경에 출발, 약 10시간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의 자동화,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이런 誤感知(오감지), 誤警報(오경보) 사고가 많이 난다. 폴스 얼람(False alarm)이라고 한다.

*2012년 6월 비행중이던 인도항공 소속 에어버스 A-319의 조종실 패널에 있는 경보판에 流壓(유압)장치에 이상이 있다는 빨간 불이 켜졌다. 비행기는 파키스탄의 나와브샤 공항에 긴급착륙했으나 '가짜 경보'로 밝혀졌다. 인도항공은 기술자와 代替(대체) 항공기를 불러 승객들을 옮겨 태워야 했다.

*2013년 11월에도 인도항공의 보잉 787 드림라이너가 브레이크에 이상이 있다는 경보가 조종실 패널에서 나와 뉴데일리 공항에 긴급착륙했으나 '가짜 경보'로 밝혀졌다.

폴스 얼람은 아니었지만 참고가 될 만한 사고가 한국에도 있었다. 지난 4월 19일 오전 8시 50분 승객 242명을 태우고 인천공항을 출발해 사이판으로 가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보잉 767 조종실 모니터에 '왼쪽 엔진의 오일 필터에 이상이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떴다. 이륙 후 한 시간쯤 지난 때였다. 조종사는 속도를 늦추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경고 메시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조종사와 아시아나항공 통제실은 "계기판을 보니 엔진 압력이나 오일의 量(양) 등은 이상이 없다"며 계속 비행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여객기는 경고 메시지가 뜬 상태에서 4시간을 더 날아 사이판에 도착했다. 기체 점검 결과, 엔진 오일에서 기준치가 넘는 쇳가루가 발견돼 해당 엔진을 교체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오일 필터에 이상이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뜨면 운항 규정에 따라 조치하고, 그래도 경고 메시지가 사라지지 않으면 回航(회항)하는 것이 관련 규정인데, 아시아나 측이 이를 무시하고 계속 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국토부에 "경고 메시지가 사라져 계속 운항했다"고 보고하였으나 국토부는 "나중에 정밀 조사를 해보니 당초 아시아나 보고와 달리 경고 메시지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31일엔 인천발 파리행 아시아나 여객기(OZ501·보잉-777 기종)가 이륙 후 서해 상공을 지나던 중 엔진 이상 신호가 떠 오후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내가 탄 루프트한자 보잉 747-8이 이륙 후에 그런 경보음이 나왔더라면 회항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회항하려면 최대 착륙중량인 312t에 맞추어야 한다. 여객기는 이륙할 때 무게가 가장 많이 나간다. 그 무게로 착륙하다가는 機體(기체)가 부서질 수도 있다. 허용 착륙 중량 이상일 경우엔 공중을 돌면서 기름을 버려 착륙 가능 무게를 만들어야 한다.

승무원들이 연기감지 표시가 난 곳을 조사하여, 연기가 없는 것을 확인, '폴스 얼람'임을 확증하였을 경우엔 기장이 항공사의 운항실에 보고, 회항할 것인가의 여부를 물을 것이다. 오작동한 연기감지장치는 하늘에선 수리할 수 없으므로 끈 채 비행해야 한다면 그 부분만큼 안전도가 낮아지므로 회항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물론 회항에도 위험부담이 생긴다. 금전적 손실은 물론이다.

感知기계가 많아질수록 오작동의 확률도 높아진다. 감지기계를 감시하는 기계가 또 생겨야 할 판이다.

국가에도 경보기능을 하는 기관과 조직이 있다. 국정원 같은 정보기관과 언론이 대표적인 감지 및 경보장치이다. 이 기능이 무디어도 문제이지만, 과민하게 반응하든지 誤認으로 '폴스 얼람'을 자꾸 울리면 잘못된 행동과 선택을 하도록 하여 공동체에 폐를 끼친다. 애국자를 '친일파'라고 '폴스 얼람'을 울린다든지, 정직하고 유능한 공직자를 '무능하고 부패한 사람'으로 간주, 경보음을 울리면 사태 수습에 비용이 들 뿐 아니라 人材(인재)를 잃게 된다.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때 해경 구조가 실패하였다는 오인에 근거하여 '해경 해체'라는 잘못된 정책을 내어놓은 것도 일종의 국가적인 '폴스 얼람'이었다.

특히 이념적으로 편향된 언론이 공직자 검증 때 저널리즘의 원칙을 무시하고 미리 만들어놓은 이념적 틀 속으로 사실을 구겨 넣으려고 무리를 하게 되면 '폴스 얼람'이 되고 국민이 혼란에 빠진다. 한국은, '폴스 얼람'을 이성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나라인지도 의심스럽다.

아무리 몸과 國力(국력)이 커져도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큰 일이 생긴다. 그때는 큰 덩치가 더 부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