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떤 결혼식에서 한 나의 주례사 중 일부.


제가 출근하는 길목에 미동 초등학교가 있는데 정문의 돌에다가 새긴 글이 이렇습니다. “큰 사람이 되자.”

큰 사람은 깊은 바다와 넓은 강 같은 人格의 힘으로 세상을, 주위를 좋게 바꾸는 사람입니다. 큰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생을 스케일 크게 살아야 합니다. 一期一會, 어차피 한번밖에 살 수 없는 인생인데, 조심조심, 쩨쩨하게 살아선 안 됩니다. 씩씩하게, 통 크게 살아야 합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자신이 있으면 마음대로, 멋대로 사세요. 주저 없이 하고, 한 뒤에 후회 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면 무슨 일이든지 하세요.

살다가 보면 어려운 일도 만나고 惡黨에 걸릴 때도 있을 겁니다. 인간세상에서 惡을 이길 순 있지만 惡을 없앨 순 없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대로 惡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惡을 닮지 말고, 惡을 惡으로 갚지 말고, 만인 앞에서 善을 행하는 것입니다.

위험과 악당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기에, 그래서 人生입니다. 인생의 生은 漢字로 쓰면 소 牛가 한 一, 즉 외나무다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는 모습니다. 얼마나 위험합니까. 그래서 사람 人자처럼, 두 사람이 서로 의지하라고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큰 인물을 흔히 超人이라고 합니다. 이 말을 철학적으로 정리한 니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는 책의 서문에서 초인을, '온갖 더러운 것들을 삼키고도 더렵혀지지 않은 바다 같은 영혼'이라고 定義하였습니다. 淸濁을 다 들이마시면서도 맑은 영혼을 유지할 수 있는 인간입니다.

人生을 살면서 맨날 맑은 날이 계속되기를 바라지 마십시오. 그렇지 못하다고 세상을 원망하지 마십시요. 맨날 맑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사막이 됩니다. 맑은 날, 비오는 날, 바람 불고 눈보라 치는 날이 있어야, 쓴 맛, 단 맛 다 보아야, 淸濁을 다 들이마실 줄 알아야 인생은 사막처럼 단조롭지 않고 풍요해집니다.

보통 사람은 죽을 때 세 가지를 후회한답니다. 왜 더 즐기지 못하였을까. 왜 더 베풀지 못하였을까. 왜 더 만들지 못하였을까? 인생은 결국 얼마나 생산하고 만들어냈느냐, 얼마나 극복하고 용서하고 베풀고 즐겼는가 하는 생산과 건설과 활동의 총량으로 평가 받을 것입니다.

큰 사람은 크게 보는 사람입니다. 나보다는 가족, 가족보다는 나라, 나라보다는 세계, 세계보다는 우주, 우주보다는 영원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큰 사람입니다. 知性과 野性을 통합한 깊은 교양이 사람을 크게 만듭니다. 하늘을 나는 게 기적이 아니고 바다를 걷는 게 기적이 아니고 이 광대한 우주 속의 지구상에 인간으로 태어난 게 기적입니다. 우리는 모두 기적적인 존재입니다. 짜증이 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인간으로 태어났다, 더구나 좋은 부모님을 만나, 이 근사한 한국 땅에 태어났다는 것의 고마움과 감동을 잊지 마시고, 통 크게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너무나 정상적이고 유복한 두 사람은 그 때문에 정상적이지 못하고 유복하지도 못한 사람들을 도와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들은 휴전선 북쪽에서 사는 2300만 명이란 사실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두 사람은 韓國語로 먹고 사는 한국의 言論종사자이므로 삶의 밑천이 되는 韓國語를 아름답게 가꾸어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한글專用으로 한국어가 반신불수가 되어버렸으니 두 사람도 위기감을 느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