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광화문에서 쇠고기 촛불시위 벌인다?>

 인터넷을 뒤져보다가 “YS, 서울대병원 암센터 입원”이라는 제목을 발견하고 어, 김영삼 대통령이 편찮은가 보네, 하고 짠한 마음에서 기사를 훑어보다가 기겁을 했다. 형광등에 파리 떼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댓글들 속의 그 엄청난 악담들!

기사 내용은 정작 이랬다. YS가 감기 증상 때문에 24일 오후 서울대병원 암센터에 입원해 치료 중, 정가에서는 입원 장소가 일반 병동이 아닌 암센터 병동이라는 이유에서 감기 이상의 증상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측은 빈 병실이 없는 데다 암센터 병동이 신축된 건물이라 다른 시설에 비해 깔끔하기 때문에 암센터 병동에 입원한 것이다.

그러나 댓글을 달은 네티즌들은 YS가 암에 걸린 걸로 몰아가며 그의 ‘가상적 사망’에 악담과 조롱을 퍼부었다. 축포를 터뜨리고 있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소리들이지만 대한민국 국민 중 얼마나 잔인하고 모진 사람들이 존재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일부만 전하려한다.

“간만에 기쁜 소식이양” “변절자, 박정희와 50보 100보” “이제 가시려구요? …잘 가세요~~” 좀 더 옮겨본다. “땡삼이 뒈지는 날은 국가 대잔칫날이다” “죽지도 않아 노친네” “이기 아직도 살아있나”

댓글들은 YS를 MB에 갖다 끌어들이는 걸 잊지 않는다. “이젠 갈 때가 된거여? 갈 땐 마지막으로 애국하는 셈치고 '쥐새끼' 몇 마리 델고가면 안될까?” “이놈 믿고 ‘왜박이’가 그리 설쳐댔나”

YS가 아무리 싫고 미워도, MB가 마음에 안들어도, 이게 인간이 할 소리인가! 인간의 탈을 쓴 악마(惡魔)다. 악마! 댓글을 올린 사람들은 한결같이 가명! 인간의 탈을 쓰고 대한민국 국민 속에서 섞여 살아가는 악인(惡人)들. 비겁하고, 모질고, 잔인한 인간들. 인터넷이라는 그늘에 숨어서 낄~낄대며 무차별 난사하는 저질들! 이들은 사실 살인자나 다름없다.

이런 ‘바닥 양아치’들에게 인터넷에서의 질서와 교양을 말하면 벌떼처럼 떼거리로 들고 일어나 공격한다. 공부깨나 했다는 교수니 소설가니 하는 사람들은 이들 눈치보며 영합하느라 언론의 자유니, 사상의 자유니 뭐니 들먹이고.

문제는 이들 ‘바닥 양아치’들이 대한민국 여론을 조성하고 끌고 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사실이다. 왜? 정상적 사고를 갖고 있는 국민들보다 엄청나게 부지런히 인터넷 곳곳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댓글 달고, 글 퍼다가 트위터 페이스북에 옮기기 때문. 균형감각을 갖고 있는 국민들은 그냥 한번 글 읽고 휙 넘어가는 데 반해.

그것이 바로 2008년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3개월 동안 계속된 쇠고기 촛불시위!

그것이 바로 ‘나꼼수 열풍’! 과학이고 국가 간 협약이고 예의고 뭐고 따지지 않는 요설을 만들어 인터넷 대중들을 향해 마구 뿌려대고, 떠들어대는 세력들.

실제로 문제가 터질 때마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이들 ‘바닥 양아치’들의 주장이 먹혀들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바닥 양아치’들 눈치 보느라 민주당은 몇 개월이나 길바닥으로 나가 촛불시위에 동참했었고, 지난번 총선 땐 ‘나꼼수’ 멤버에 공천주고 부산까지 불러다 나꼼수 공연을 했다. 나꼼수 부산 공연? 대선 후보로 나서겠다는 문재인, 그리고 박지원, 노회찬…나꼼수 멤버들과 희희낙락! 낙동강 벨트 지키겠다며. 이게 대한민국 정치판의 수준!

‘바닥 양아치’들은 미국에서 광우병 걸린 소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또 한판 벌일 모양이다. 총선에서 지더니 기 죽어 있다가 또 살판 만났다. 이명박 정권은 또 우물쭈물 대다가 당할 게 뻔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을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는 국가 중심세력은 이런 ‘바닥 양아치’들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또 촛불시위로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말 심각하게 공론의 장에 올리고 싶다. 언제까지 ‘바닥 양아치’들이 끌고 가는 여론에 대한민국의 결정권을 맡겨야 하는가.

들고 일어서야 한다! 침묵하지 말고. 인터넷에 좋은 글 발견하면 귀찮게 생각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퍼다 날라주고, 댓글도 달고,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선 핏발 세우면서 여론 조성하고, 애국시민 모임 있으면 시간 내서 참가하고, 고생하는 애국 단체들에게 좀 송금도 해주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자고 간곡히 호소하고 싶다. 들고 일어서자! 또 촛불시위 벌어지면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평론가 /전 문화일보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