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권 시절 黃長燁 선생은 國情院의 감시를 받았다. 당시 그를 만났던 전 일본 공산당 기관지 기자는 黃 선생이 "죽고싶다"는 말까지 했다고 썼다. 월간조선 2001년 3월호에 金美英 기자가 쓴 글을 소개한다.


[1997년에 한국으로 탈출했던 黃長燁(황장엽) 前 북한노동당 비서가 그의 저서를 일본어판으로 번역한 하기와라 료(萩原 遼)씨에게 『한국에 온 뒤 실망하여 몇 번이나 자살을 생각 했다』고 私信(사신)을 통해 고백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하기와라 료씨는 일본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다(赤旗) 평양 특파원으로 일한 적도 있고 「조선전쟁」, 「서울과 평양」, 「북조선에서 사라진 친구와 나의 이야기」의 著者이기도 하다. 그는 특히 金賢姬가 북한에서 남북조절위원회 회담 때 꽃다발을 들고 있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공개하여 북한정권의 조작 주장을 뒤집은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오는 4월에 일본에서 출판될 「黃長燁 회고록 - 金正日에의 선전포고」 문고판 개정판 後記(후기)에서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後記의 일부를 소개한다.

<黃長燁씨의 언론의 자유가 제약된 것은, 그의 주장이 그만큼 적중하였기 때문이다. 북한 인민을 속박하고 있는 수령절대주의를 타파하는 것, 수령절대주의의 사상적 노리개가 되어 있는 북한 인민을 각성시켜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先導하는 것, 그리하여 인민을 도탄의 고통에서 구출하는 것이 黃長燁씨의 목표다. 黃씨는 인민을 사상적으로 각성시키기 위하여 남한 국민들로부터의 원조는 필요하지만 수령절대주의를 강화하고, 金正日 정권을 도와주는 원조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黃씨는 두 번째 著作(저작)인 「미친 개를 두려워 말라」(文藝春秋 출판)에서 이렇게 썼다.

「1995년 군수공장에서도 9개월 이상 식량이 배급되지 않게 되자 노동자의 반 이상이 직장에 나오지 못하고 집에서 누워지내는 실정이었다. 이런 노동자들을 당중앙의 군수공업 담당 비서가 방문하니 피골이 상접하여 瀕死(빈사)상태로 누워 있던 노동자가 『金正日 장군은 건강히 잘 계십니까. 비서동지께서 장군님을 잘 모셔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인사했다고 한 다. 이는 북한 정권이 노동자들로부터 자주성을 박탈하여 이들을 철저하게 노예화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黃長燁 선생의 회고록을 번역하면서 그의 정직한 인간됨을 느꼈다. 결사적인 覺悟(각오)로써 북한을 탈출한 뒤에도 「무언가 처음부터 판단 착오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을 느낀 점과, 한국이 선생의 想像(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한 상황에 있다는 것을 듣고는 「망연자실했다」고도 썼다. 구체적으로 쓰지는 않았지만 黃長燁씨처럼 북한에서도 드물게 해외의 사정을 아는 입장의 사람으로서도 북한문제에 대한 한국인의 無知, 무관심, 냉담함에 직면하여 과연 이들이 同胞(동포)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몇 번이나 접촉하는 가운데 黃長燁 선생은 나에게 『공개는 안 했으면 합니다. 귀하의 연구를 위해서 드립니다』 라고 말하면서 A4용지 2,3매의 문서를 주는 것이었다. 黃선생이 워드 프로세서로 쓴 한글 문서였다.

거기엔 한국의 상황이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자신의 주장에 신중하게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은 점들이 기록되어 있었고, 자살하려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는 사실도 쓰여져 있었다. 나를 신뢰하여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문서를 주었지만, 그리고 공표하지 않는다고 약속도 했지만, 지금 나는 그 약속을 깨고 있다. 배신했다는 질책을 각오하고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은, 死線(사선)을 넘어서 민족을 구하려고 모든 것을 버리고 남쪽으로 온 黃長燁 선생에 대한 金大中 정권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에 대한 나의 분노 때문이다.

黃선생은 항상 똑같은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그것은 부인이 선물한 것이라고 했다. 이로써 黃선생 가슴 깊은 곳의 심정을 알 수 있다. 生涯(생애)의 伴侶(반려)인 부인과 세 딸, 아들 敬模(경모)씨,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손자, 그리고 黃선생을 존경하는 많은 제자와 부하들. 이들을 모두 강제수용소로 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건너온 남한이 그에게 이런 가혹한 박대를 하다니! 나는 할 말이 없다. 너무나 가슴 아프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결코 계속되어선 안 된다. 나와 내 주변의 마음 맞는 사람들은 全力(전력)을 다해서 선생을 도울 것이다. 黃선생, 아무리 실망, 낙담이 되시더라도 고난 속의 2000만 북한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살아남아, 싸워 이겨주실 것을 마음으로부터 기원합니다>


*화난 黃長燁 선생

하기와라 료씨는 黃長燁씨의 자유가 제약되고 있는 상황의 목격자이기도 하다. 1999년 6월3일 하기와라 료씨는 서울시내 安家에서 黃씨와 만나 새 책의 출판 관계를 논의했다.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계약서를 쓰려고 하는데 別室(별실)의 문이 열리더니 국정원의 직원이 나와 『선생님, 그러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더란 것이다. 黃씨가 『왜?』라고 하자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상부의 허가가 있어야 합니다』

『출판은 시민의 권리가 아닌가?』

『아직 결제를 받지 못했습니다』

黃씨는 몇번 말다툼을 벌이더니 욕설에 가까운 한 마디를 내뱉었다. 하기와라 료씨는 「그렇게도 순한 黃선생이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런 말까지 했을까」라고 적었다.

黃長燁-金德弘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16일 국정원측이 자신들의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그 뒤로도 두 사람에 대한 제약은 계속된 듯 지난 2월14일 다시 「우리의 입장」이란 성명서를 각 언론사에 보냈다. 국정원의 개입으로 두 사람이 이끄는 탈북자 동지회의 會誌 「민족통일」이 몇달째 나오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해명 겸 항의가 담긴 글이었다. 이 글이 나온 직후 月刊朝鮮 기자가 金德弘씨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黃長燁 선생의 부인이 자살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사실입니까.

『그런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 정보에 따르면 자살한 여자가 평양 소련대사관 옆집에 살고 있었다는데 저의 집이 바로 거기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자살했다면 黃선생님 부인이신지 내 아내인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黃선생이 한국에 와서 어떤 여자와의 사이에 소생이 있다는 소문도 나고 있습니다.

『누가 만들어서 퍼뜨리는데 우리 형님(황장엽)과 저는 비밀이 없습니다. 유전자 조사를 하면 저절로 알 것 아닙니까. 그런 이야기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할 생각입니다』

―黃長燁 선생의 책을 일본에서 번역한 하기와라 료씨의 글에 따르면 黃선생은 한국에 온 뒤에 실망하여 몇번 자살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 적이 있습니까.

『손님들과의 대화 중에 그런 말씀을 가끔 하십니다. 그분의 심경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왜 자살을 하겠습니까. 자살하려면 그쪽에 있을 때 했지. 살아서 끝장을 봐야지요. 우리가 온 뒤에 실망한 것은 많지요. 요사이는 對北사업도 못하게 하니까요』

―對北사업이란 북한에 대한 민주화 공작, 북한측으로부터의 정보수집을 말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지난해 11월에 우리가 문제를 제기한 이유 중의 하나가 우리의 북한사업을 못하게 한 것입니다』

―미국에서 두 분을 초청했다는데 가시겠습니까.

『가고 싶습니다』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