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武鉉 대통령의 ‘임기 중 사퇴’(?)를 歡迎한다

11월28일 국무회의에서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발언’은, 거의 모든 그의 ‘발언’이 그 동안 그랬던 것처럼, 또 하나의 ‘어폐(語弊)’ 있는 ‘발언’이다. 그의 이날 ‘국무회의 발언’은 하루 전인 27일 그가 결국 단행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전효숙 헌법재판소 소장 지명 철회 조치에 대한 ‘화풀이’성 ‘발언’임이 분명하다. 그는 전효숙 씨 헌재소장 지명에 대한 인준 표결을 거부한 한나라당의 행동을 가리켜 ‘헌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인 ‘부당한 횡포’라고 격하게 비난하면서 “굴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굴복했다”고 화를 터뜨렸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의 ‘굴복’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이었다. 이번 사태는 그가 의문의 여지없이 ‘위헌’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또는 탈법적인 방법으로 전효숙 씨의 헌재소장 임명이라는 ‘꼼수’ 인사를 시도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로 그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노 대통령 자신에게 있는 것이었다. 그는 그러한 대통령답지 못한 ‘꼼수’ 인사로 무려 3개월 동안 헌법재판소 운영의 파행(跛行)을 불러일으키면서 국민을 피곤하게 만든 끝에 결국 불가항력(不可抗力)으로 손을 들고 만 것이다. 그가 취한 ‘지명 철회’는 당연한 선택이었고 그가 스스로 선택한 ‘굴복’이었다. 남을 탓할 일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인사권이 사사건건 시비가 걸리고 있어서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불평’했다. 그러나 그의 이 같은 ‘불평’도 정당한 ‘불평’이 아니다. 그는 만약 그가 시행하는 ‘인사(人事)’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갖춘 것이었다면 과연 그가 ‘불평’하는 ‘시비’의 대상이 되었을 것인가를 스스로 ‘반성’해 보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도대체 그 동안 어느 대통령 때 과연 지금과 같은 ‘코드’ 인사 ‘시비’가 또 있었는가? 그가 최근 행하고 있는 인사, 그 중에서도 특히 이재정 신부(성공회)의 통일부장관 임명, 송민순 씨의 외교통상부장관 임명, 그리고 정연주 씨의 KBS 사장 재임명 등의 ‘코드 인사’ 행마(行馬)는 글자 그대로 국민을 상대로 “너희들은 떠들어라. 나는 내 고집대로 한다”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의 ‘독불장군(獨不將軍)’의 길을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스스로 대통령이기를 포기하는 ‘폭거(暴擧)’가 아닐 수 없다.

28일 ‘국무회의 발언’ 가운데 노 대통령이 거론한 ‘당적 이탈’ 문제는 그 동네의 ‘집안 일’이니까 제3자의 입장에서 왈가왈부(曰可曰否)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날 그가 또 다시 거론한 ‘대통령직 임기 중 사퇴’ 가능성 문제는 경우가 다르다. 아마도 이날 그가 ‘임기 중 사퇴’ 문제를 거론한 것은 ‘자포자기(自暴自棄)’의 심경(心境) 토로가 아니라면 국민을 상대로 하는 ‘공갈ㆍ협박’으로 북한의 김정일(金正日)이 핵 문제를 놓고 급하게 되면 들고 나오는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을 연상(聯想)시키는 작태(作態)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분명히 해 둘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노 대통령의 진퇴 문제와 헌법간의 상호 관계에 관한 문제다. 우리는 노 대통령이 그 동안의 실정(失政)뿐 아니라 앞으로 1년3개월의 짧지 않은 그의 잔여 임기 중 실정을 만회(挽回)할 전망이 전혀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임기 중 사퇴’를 요구할 생각이 없다. 왜냐 하면, 대한민국 헌법이 그렇게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권(國民召喚權)’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실정을 하던, ‘폭정(暴政)’을 하건 헌법은 그에게 5년의 임기를 채울 수 있는 권리를 허용하고 있다. 우리가 그에게 중도 사퇴를 요구한다면 그것은 바로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된다. 때문에 우리는 그에게 ‘임기 중 사퇴’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같은 우리의 입장은 헌법이 허용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준법정신(遵法精神)’을 말하는 것일 뿐이다. 만약 노 대통령이 그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과 ‘결심’으로 ‘임기 중 사퇴’를 ‘결정’한다면 그것은 전혀 다른 성격의 문제다. 우리는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을 만류해서는 안 된다. 왜냐 하면, 그 스스로의 ‘결심’으로 그가 대통령직을 임기 중에 내놓기로 ‘결정’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은 역시 헌법이 그에게 허용하고 있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에게 허용된 이 같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우리가 ‘만류’하거나 ‘방해’한다면 그러한 우리의 행동이야 말로 그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로 그것이 바로 ‘위헌행위’에 상당할 수밖에 없다.

사실은 만약 노 대통령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거하여 ‘임기 중 사퇴’를 ‘결심’하고 ‘결행’한다면 우리는 그의 그러한 ‘선택’을 ‘환영’하는 것이 마땅하다. 왜냐 하면, 지금의 전반적 국정상황은 내치, 외교는 물론 남북관계에서도, 그가 이 나라의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 그 자체가 ‘국정(國政) 장애물(障碍物)’이 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가 임기 중에 사퇴하더라도 ‘국정의 공백(空白)’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왜냐 하면, 우리 헌법은 ‘대통령 유고’ 시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제71조)하고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제68조②항)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경우는, 만약 그가 “임기 중에 사퇴”하여 새로운 선거를 통하여 그의 후임자를 선출하게 한다면, 오히려 이 나라 ‘국정의 장애물’이 ‘제거’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국정의 공백’이 아니라 ‘국정 정상화(正常化)’의 전기(轉機)가 마련될 것임이 틀림없다.

그는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우리말에 “입이 방정”이라는 표현이 있다. 노 대통령의 28일 ‘국무회의 발언’ 중 ‘임기 중 사퇴’ 관련 대목은 정상적인 국어 상식에 따른다면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를 하나의 ‘개연성’의 차원에서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말한 것으로 해석되는 표현이었다. 이번 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지만 노 대통령은 분명히 그의 ‘입’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노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行步)는 국민 모두의 관심사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