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년 기자 2008-08-07 오전 11:22:50


정연주 KBS 사장의 ‘버티기’가 점입가경이다.

6일 특별 기자회견을 열어 감사원의 해임요구마저도 무시하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7일에는 감사원의 해임안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에 무효소송을 접수하겠다고 밝힌 것.

KBS측은 “감사원의 해임 요구 처분 자체가 무효라는 확인 소송과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 정지 신청을 이날 오전 11시에서 12시 사이에 변호인단이 서울행정법원에 낸다”며 “이 사건의 소송 대리인은 백승헌 변호사와 법무법인 지평의 박영주 변호사 등 네 사람”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자신에게 우호적인 일부 좌파 언론과 좌익단체들이 가세할 경우 자신의 공식 임기 기간인 2009년말까지 ‘장기전’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정 사장 측의 판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 여론은 정연주 사장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2일과 23일 양일간 전국 700명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KBS 정연주 사장 거취에 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39.2%로, 사퇴 불필요(33.4%) 여론보다 높았다.(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7%p)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막으려는 일부 단체들의 촛불집회 등 여론몰이와 이명박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정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응답이 높은 것이다.

특히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 및 정상회담이 별탈없이 마무리되면서 촛불시위도 동력을 잃고 정국이 안정되는 추세이기에 정연주 사장을 지키려는 좌파 진영의 기력도 소진된 상태다.

오는 8일 개막하는 베이징 올림픽 또한 정 사장에겐 악재다. 이 기간 동안 KBS 이사회가 일사천리로 정 사장의 사임권고안을 처리할 경우, 정 사장을 지지하는 좌익 촛불시위대의 여론몰이도 올림픽 열기에 묻힐 가능성이 높다.

KBS 노조가 그의 사퇴에 찬성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정 사장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KBS 노조는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도 부실경영의 당사자인 정연주 사장은 용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6년 정 사장이 재임됐을 때도 KBS 직원 82%가 반대했고, 정 사장은 주차장 '출구'로 차를 몰아 거꾸로 들어가야 했다.

정 사장이 추진 중인 감사원 해임안에 대한 무효소송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네티즌 ‘眞明行’은 “감사원법에 의하면 심사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반드시 재심의를 먼저 거치도록한 이른바 ‘행정심판전치주의(行政審判前置主義)’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이를 통하지 않고서 바로 행정소송을 거는 것은 무의미하다. 대법원의 판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감사원법 제36조은 재심 청구권자로서의 ‘당해 기관의 장’을 ‘사장’이 아닌 ‘이사장’으로 유권 해석을 내리고 있다. 결국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는 주체는 정 사장이 아닌 KBS 유재천 이사장인 것이다. 유 이사장이 이같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한편, 정연주 사장은 지난 2005년 국정감사에서 아들 병역문제와 관련해 ‘아들들이 미국에 내린 뿌리를 뽑아 한국으로 옮긴다는 게 불가능했다. 아들들이 그립다’고 말했으나 그의 아들은 미국 국적을 이용해 삼성전자 해외인력 채용코스로 입사한 뒤 국정감사 발언 석 달 전부터 서울 본사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었다.

프리존뉴스 김주년 기자 (daniel@freezon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