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놀이터 삼아 난장판으로 만든 전한길. 계엄을 계몽령이라 옹호하며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뭉친 ‘윤어게인’ 세력의 행동대장 격인 그는 국힘의 킹메이커를 자처하고 있다. 문제는 그를 국회로 끌어들여 존재감을 키워준 게 다름 아닌 국민의힘 의원들이라는 점이다.

당대표 후보로 나선 김문수 장동혁 후보는 ‘전한길 면접’으로 불리는 극우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나가 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론에 맞장구 치며 ‘이재명·민주당 타도’를 되풀이 했다.

특히 김문수 후보의 표변은 ‘자기부정’ 내지 ‘극우 커밍아웃’ 수준이었는데, “계엄 해서 누가 죽거나 다쳤느냐”는 발언은 지난 대선 국민에게 했던 계엄에 대한 사과가 거짓이었음을 자백하는 꼴이었다. 김 후보의 말이 바뀐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에 앞장서겠다며 스스로를 ‘김덕수’라 칭하며 20차례 이상 단일화를 약속해 놓고는 경선 승리 이후 입장을 싹 바꿨다. 국민의힘 단일화 막장극의 절반의 책임은 그의 몫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입장도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대선 국면에서는 ‘부정선거를 믿지는 않지만...’식으로 피해 갔지만, 이 토론회를 주관한 유튜버 모두가 부정선거론자여서인지 그도 “나보다 부정선거의 현실과 제도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며 맞장구 쳤다. 심지어 토론회에선 “부정선거의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 왜 국민의힘은 이 문제를 수용하지 않느냐” “지난 대선에서 김문수는 왜 그렇게 빨리 대선결과에 승복했냐”는 진행자들의 발언까지 나왔다. 2020년 4월 총선 이후 ‘김문수TV’를 통해 수차례 부정선거를 주장했었던 그의 과거를 생각하면, 부정선거에 대해 애매한 스탠스를 취했던 대선후보 시절보다 이 토론회에서의 모습이 김문수의 진짜 얼굴일 것이다. 

친윤들이 밀어준다는 장동혁 후보는 ‘기회주의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동훈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불리던 그는 12·3계엄 당시 계엄해제안 표결에 참여했던 18명 의원 중 한명이었다. 그런데 한 전 대표가 ‘배신자’ 취급당하며 사퇴 압박을 당하자 돌연 親尹 편에 섰다. 판사 출신이면서도 그는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지 위해 한남동 관저로 달려갔고,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한 탄핵반대 집회에서는 전한길 등과 함께 연설자로 나서 “계엄은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발언까지 했다.

당대표 출마의 변에서는 윤석열 계엄이 민주당의 의회폭거와 친한계의 내부총질 탓이라고 주장하며 ‘못된 극우몰이 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부정선거론에 대해서도 ‘증거는 없지만 따져봐야 한다’며 음모론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사전투표제 폐지, 수개표를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투개표 시스템은 전자투개표가 아니라 여러 단계의 수검표 과정을 거치는 수개표 제도인데 엉뚱하게 ‘수개표 해야한다’는 주장을 되풀이 한다는 점은 전한길과 똑같다. 김문수 후보와 다른 점은 부정선거론을 믿지는 않지만 이용한다는 점. 장 후보와 친윤 세력은 극단적 음모론에 세뇌당한 당원과 지지자들에 편승해 당권 장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뿐이다. 이 정도면 기회주의의 끝판왕 아닌가.

김문수·장동혁 외 최고위원 후보들이 앞다투어 전한길에게 아첨하는 추태를 보이는 전당대회 풍경은, 사실 갑작스러운 게 아니다. 계엄 이후 탄핵, 대선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은 전한길을 앞세워 극단적 주장의 판을 키웠다.  

2월 윤상현 의원을 시작으로 나경원, 강승규, 강민국, 곽규택, 조배숙 의원 등이 기자회견, 토론회, 세미나 등의 형식으로 전씨를 국회로 불러들였다. 대선 패배 이후에도 윤상현, 장동혁 의원이 토론회에 전씨를 불러 ‘보수우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물었다. 

2월26일 전씨를 처음으로 국회로 불러 기자회견을 했던 윤상현 의원은 당시 “비상계엄은 불법이 아닌 헌법상 권한에 따른 대통령의 통치행위였다”며 계엄을 옹호했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전국민적 저항을 각오해야만 할 것”이라면서 판결 불복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동석한 전씨는 “헌재가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 전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맞장구 치며 “헌법재판관들은 ‘제2의 을사오적’이 돼 역사 속에 기록될 것”, “헌재는 가루가 돼 사라질 것”, “국민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도 했다.

전씨는 3월31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헌재의 신속 탄핵 각하·기각 촉구’ 긴급 토론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빨리 각하·기각하라”고 요구했는데 이 토론회에는 나 의원을 비롯해 김기현, 추경호, 윤재옥, 박대출, 박덕흠, 한기호 의원 등 여당 의원 30여명이 참석했다. 나 의원은 “(전씨의) 계몽령으로 이것이 체제 전쟁이라는 걸 많은 국민이 깨닫게 됐다”고 전씨를 소개하며 “너무 감사하지 않나. 박수쳐달라”고 하기도 했다. 

윤석열 탄핵이 인용되고 조기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자 전씨는 부정선거 음모론 영화까지 만들어 ‘부정선거가 확실히 일어난다’고 선동했다. 이런 주장에 판을 깔아준 것도 국힘 의원들이었다. 4~5월 윤상현, 곽규택, 조배숙 의원이 차례로 국회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해 줬다. 이 자리에서 전씨는 ‘투표관리관 직접 날인’ 등 부정선거 음모론에 바탕한 주장을 되풀이 하며 사전투표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영돈PD와 함께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홍보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달 14일, 전씨는 윤상현 의원 주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국민의힘 당원이 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앞으로) 보수 우파가 잘되도록 밀어줄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국민의힘 입당 신청은 6월 활동명 ‘전한길’이 아니라, 본명인 ‘전유관’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의 입당 사실이 알려지자 김용태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씨의 입당 신청을) 미리 알았다면 당원자격심사위를 열어 입당을 막았을 것”이라며 “즉각 출당”을 요구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전한길 같은 ‘부정선거 음모론’ 지지자를 국민의힘에 입당시키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실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내치지 못한 ‘한달 짜리’ 당원이 전당대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도 징계조차 머뭇거리는 국민의힘이 되었다. 윤어게인과 한몸이 되어 ‘극우의 길’로 달려가는 길 끝에는 ‘정당해산’이라는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전당대회 결과가 앞으로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