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딸의 호텔 면접시험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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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형같이 생각하는 박 목사가 나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는 아무 때나 생각나면 불쑥 찾아오는 사람이었다. 공직생활을 하다가 신학대학을 졸업한 분이다. 나 역시 시골에서 마을 친구가 찾아온 기분으로 그를 반갑게 맞이하곤 했다. 그가 대화 중에 이런 말을 했다.
  
  “딸이 취직을 하기 위해 면접을 봤어요. 그게 호텔이었어요. 면접관들이 일요일에 일이 있을 때 교회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어보더래요. 우리 딸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일을 지키겠다고 대답을 했대요. 그러니까 면접관들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같은 질문을 세 번이나 하더랍니다. 똑같은 대답을 세 번이나 했대요. 호텔은 일요일에 특히 바쁜 일터인데 교회에 간다고 하면 취직을 시키겠어요?”
  
  박 목사는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예전 분당에 살 때 개천가에 있는 큰 교회를 나가본 적이 있었다. 그 교회의 목사는 유대민족이 성전을 중심으로 산 것을 얘기하면서 모든 신도들이 교회를 중심으로 생활할 것을 권하는 것 같았다. 얼마 전 유튜브를 통해 교계의 원로인 곽선희 목사의 설교를 들을 때였다. 그가 이런 내용의 자기 체험을 얘기하고 있었다.
  
  “저는 6·25 전쟁 직전 예수를 믿는다고 해서 강제노동소인 탄광으로 가게 됐습니다. 탄광으로 가기 전날 밤 감옥에 있을 때였습니다. 간수에게 마지막으로 교회에 가서 기도 한번 하고 오게 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뜻밖에도 간수는 예수쟁이들은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면서 내보내 주더라구요. 그래서 거기서 한 시간이 걸리는 내가 다니던 예배당에 가서 기도를 드리고 다시 감옥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탄광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죠. 다니던 교회 예배당에서 올리는 그 마지막 기도를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이십여 년 전 내가 분당에 살 때였다. 주일이면 개천가에 성채같이 우뚝 서 있는 교회에 갔었다. 그 교회의 목사는 설교중에 모든 생활의 중심을 교회로 하라고 권했다. 이스라엘 민족이 성전을 향해 기도하고 성전을 중심으로 살듯 그렇게 하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일반 기독교인들이 등뼈같이 주체성 같이 생각하는 교회 개념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죽어가는 남편의 병간호를 위해 옆에 있던 부인이 동이 터오는 창가에서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다면 바로 그곳이 하나님이 찾아오시는 성스러운 장소가 아닐까. 추운 겨울날 허름한 가게의 점원이 옆에 놓인 성경을 읽으면서 기도하는 그곳은 또 다른 그의 교회가 아닐까.
  
  나는 아침마다 나의 골방에서 성경을 읽고 기도하고 글을 쓴다. 그러는 사이에 성령이 조용히 내게 오실 것을 믿는다. 나는 나의 마음이 성령이 임하는 지성소이고 나의 방이 나의 교회라고 믿는다. 어둠이 내린 늦가을 밤 아내와 아들 내외하고 조용히 기도하는 곳이 나의 교회라고 확신한다. 내가 성령을 마음 속에 모시고 변론을 하는 법정도 나의 교회라는 생각이다.
  
  예전에 한 기도원에서 고발을 당하고 쫓겨난 사십대쯤의 여성을 법률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유명한 한 기도원의 특정 기도굴에서 하나님을 보았다면서 그 자리를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고 독점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발당하고 내쫓긴 것이다. 한 인간이 어떤 장소에 집착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하나님이 그 장소에만 단골로 찾아가지는 않는다는 생각이다. 유럽을 가보면 예전에 융성하던 커다란 교회들이 대부분 텅텅 비었다. 교인들이 앉던 자리를 관광객들이 채우고 있었다. 정말 그곳에서 교회들이 쇠퇴하고 없어진 것일까. 하나님의 영(靈)이 그들의 마음 속 지성소인 영에 들어가 계속 그들의 정신과 행동을 이끌고 있다고 믿는다. 그들의 마음이 성전이 아닐까.
  
  어린 시절 믿음의 젖먹이 시절 교회는 하나님의 따뜻한 품같은 향기가 났었다. 젊은 시절 교회는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하고 아픔을 겪는 영혼들이 모여 서로 위로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교회는 건축물이 아니라 사랑이 고여있는 연못이었다. 요즈음 나는 평생 읽어온 성경 역시 나의 교회라고 생각한다. 하얀 종이 위에 검은 글짜가 박힌 성경은 내가 바로 하나님과 연결될 수 있는 나의 교회란 생각이다. 건축물은 낡아서 쓰러지고 없어져도 주님의 말씀인 성경은 영원히 남아 우리들의 진정한 교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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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1-05, 05:2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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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건   2020-11-05 오후 11:13
신앙의 본질을 잘 말씀하시네요. 형식이 아니라 본질이 우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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