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은 노동자 농민을 위한 게 아니라 이제는 중국 전체가 공산당 황제와 귀족을 위한 나라가 되어 버렸다." 중국의 시인들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있다. 중국작가 노신의 작품을 연구해서 박사학위를 딴 그는 평생 대학에서 중국문학을 강의하다가 정년퇴직을 했다. 그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중국의 작가 ‘모옌’을 만나기도 하고 그의 작품을 번역하고 당나라의 시들을 우리말로 만들어 소개하기도 했다. 퇴직 후 그는 북경대학에 가서 강의도 하고 중국의 시인들과 속을 터넣고 세상을 얘기한다고 했다. 그와 오랜만에 저녁을 함께하고 한강 가 한적한 찻집으로 들어갔다. 가로등 불빛을 받아 밤의 강물은 번쩍이며 흘러가고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그가 불쑥 내뱉었다.

“아무리 공산주의하에서 오래 살아도 시인들의 마음은 사상에 물들지도 않고 활짝 열려있는 것 같아. 중국 시인들을 보면 숨기는 것 없이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말하는 거야. 물론 자기 나라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그래.”

“어떤 걸 얘기했는데?”
내가 물었다.

“중국도 개방이 된 이후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양극화가 심화된 거야. 우리 사회의 운동권 대학생들이 노동자와 연대하기 위해 공장에 위장취업해 들어갔듯이 북경대학생들이 중국 노동자의 비참한 실태를 살핀 적이 있었대. 그런데 그런 북경대학생들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버렸다고 그래. 공산당의 무서운 노동탄압이지 뭐.”

“원래 공산당은 노동자와 농민을 위해서 탄생한 것 아닌가?”
“그 시인이 말하기를 중국 공산당은 노동자 농민을 위한 게 아니라 이제는 중국 전체가 공산당 황제와 귀족을 위한 나라가 되어 버렸다는 거야. 자본가 계급도 공산당 입당이 허용되고 중국의 공산주의는 허상이라는 거지. 중국 민중도 수천 년 전부터 중국인의 고유한 DNA가 있다는 거야. 돈을 좋아하는 장사꾼 기질 같은 거라고 할까. 공산주의 사상교육을 아무리 수십 년 해도 입만 마지못해 앵무새 같이 따라갔을 뿐이지 그들의 기질은 조금도 바꾸지 못했다는 거야.”

중국인들의 정신세계 내부를 엿볼 수 있는 말이었다. 그가 말을 계속했다.

“그 시인이 말이야, 자기도 공산당원이지만 어떤 정치적 이슈에 대해 거스를 분위기가 아니면 앵무새 같이 그 구호를 같이 외치지만 속은 그게 아니라는 거야. 겉 다르고 속 다른 게 공산당이라는 거야. 국민 전체가 무대 위에 올려져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같은 대사를 외우고 있는 것 비슷하다나? 그러면서 북한도 그런 아류에 속한다고 하더라구. 그 중국시인은 북한을 문화대혁명 시절의 중국의 아류로 보더군. 그러면서 거짓이 많은 공산당을 믿고 뭘 해보려는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참 순진하다고 하더군. 그 시인이 말하기를 겉으로는 미국을 적으로 말하면서 공산당 간부들이 뒤로는 자식들을 모두 미국에 유학시키고 있다고 그래.”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은 어떤 존재라고 그 시인이 말해?”
내가 물었다.

“중국에서 지금 거의 모택동 같은 우상이 되어가고 있대. 모택동 사상 이후로 시진핑 사상이라는 걸 만들고 있다는 거야. 그러면서 그 시인은 중국인들이 참 웃긴다는 거야. 모택동이 죽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진 듯 이제 중국은 망했다면서 울고불고 하다가 개방이 되고 시간이 지나니까 ‘아니 모택동 때보다도 세상이 더 살기 좋아졌네?’ 하고 즐거워한다는 거야. 그렇게 정신적 성숙도가 낮다는 거지. 중국 내에서는 하지 못하는 말을 밖으로 나와서 마음껏 하니까 속이 시원하다고 그 시인이 털어놨어.”

등소평은 개방정책을 표명하면서 한 지도자의 영구집권을 조심시키고 죽었다. 중국을 이끄는 후임자들인 장쩌민이나 후진타오 모두 일정 기간 통치하다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따지고 보면 민주화란 통치자가 일정기간마다 바뀌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시진핑은 권력이 그에게 집중되자 영구집권의 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 중국의 현실이라고 했다. 자본가도 중소상인층도 공산당원이고 노동자를 탄압하는 나라라면 이미 공산주의라기보다는 독재국가에 가까운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