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환란에 휩싸여 있을 때 행주산성에서 치마로 돌을 나른 사람들도 이 땅의 어머니들이었고 며느리들이었다. 며칠 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군의 한 명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가(家)의 며느리들이 '가족모임에서 애국가를 제창한 데 대한 일부의 비판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성명서는 정치적.사회적단체나 그 책임자가 일정한 사항에 대해 방침이나 견해를 공표하는 글이나 문서를 말한다. 최재형가의 며느리들이 무슨 성명서를 발표했단 말인가궁금해 기사를 다시 찾아 읽어봤더니 사연은 이랬다.

"최 원장의 부친인 고(故) 최영섭 해군 예비역 대령의 며느리 4명은 성명서를 내고 애국가제창이 왜 비난받아야 하냐"면서 "저희 시아버님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걱정을 많이 하셨다며 우리라도 애국하는 마음을 잊지 말자고 하시며 애국가 4절까지 불렀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은 최 후보 캠프가 "최 원장 가족들이 명절 가족모임에서애국가를 제창한 사진을 공개한 뒤 일부에서 "전체주의 아니냐? 며느리들은 원치 않았을 것"이라는 일부의 비판이 나오자 4명의 며느리들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나라가 잘 되는 길이라면 애국가를 천번 만번이라도 부를 것"임을 밝힌 것이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른 것이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애국가를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국기(國旗)와 국가(國歌)는 특정한 한 국가의 상징이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즐겁거나 축하할 일이 있거나 슬프거나 기념할 만한 일이 있으면 국기를 게양하고 국가도 합창한다.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그렇게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곧 의전(儀典)이다. 선진국이나 후진국 가릴 것 없이 그렇게 한다. 오랑캐들도 그렇게 한다.

올림픽 경기의 경우도 1, 2, 3등 수상자에게는 해당선수 국적의 국기를 게양하고 우승자에게는 국가(國歌)까지 연주해 준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서 애국가를 함께 부르는 것을 문제삼는 자들이 이상한 x들 아닌가? 우리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x들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같은 괴뢰들'이다. 오랑캐들 뿐이다. 인민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들 뿐이다.

애국가를 부르는 것은 나라 사랑의 한 표현이다.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의 여자배구가 4강까지 올라가면서 분투할 때 박수쳐가며 응원하고 김연경 선수가 강스파이크를 상대선수들의 코트에다 내리 퍼부울 때 환호하는 것도 애국가를 부르는 심정과 같은 것이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황영조 선주가 몬주익 언덕에서 선두를 달리던 일본 선수를 뒤로 물리치고 앞으로 달려 나갈 때 대한민국 국민들은 밤잠 자지 않고 환호했다. 외국에 나가서 태극기가 펄럭이는 것을 보고 경례하고 감격해 하는 것이나 모국어를 쓰는 외국인을 보면 친근감을 느끼는도 같은 맥락이다.

'며느리들의 성명'을 가볍게 보아넘겨서는 안된다. 며느리들은 이 땅의 어머니요, 생명력끈질긴 대한의 여성이다. 어머니와 여성은 가정을 지키는 기둥이다. 나라가 환란에 휩싸여 있을 때 행주산성에서 행주치마로 돌을 나른 사람들도 이 땅의 어머니들이었고 며느리들이었다. 애국가를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그 날의 이 나라는 암흑천지가 되고 말 것이다.애국가 제창을 시비하는 자, 그들은 수상한 자들이다. 5대양 6대주에서 애국가를 소리높히 부를 그 때가 좋은 날이다. '며느리들의 성명서'를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