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이 미국과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미 3국 중재자론'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과장된 것이었는지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조갑제기자가 풀어 가고 있는 싱가포르·하노이·판문점의 연속 3회 미북 정상회담 부분에 대한 내용을 들여다 보면 속고 속이는 거짓 외교의 허상이 흥미진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힘에 버거운 안보외교 줄타기를 하면서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서 상황을 과장하고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정도의 중재자 역할을 연출해서 불신을 샀을 가능성을 존 볼턴은 지적했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트럼프와 김정은, 문재인의 3각관계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김칫국부터 마시며 국민을 속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마치 자신이 나서면 모두 해결될 것으로 아주 잘못된 자신에 차 있다. 트럼프는 북핵문제를 해결해서 대통령 선거에서 유리한 여론을 조성해서 재선 야망을 가지고 있다. 김정은도 핵은 보유하면서 체제유지와 각종 제재를 해제시켜 북한주민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려는 속셈이 강하다.

문재인은 트럼프에겐 자신이 나서면 김정은이 핵문제를 포기할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하는 한편 김정은에겐 트럼프로 하여금 체제보장과 제재해결 등에 대해 기대를 갖게 하면서 자칭 평화대통령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남가일몽(南柯一夢)이요 헛된 수작임이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지적을 뒷밭침할 수 있는 일련의 내용들이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2018년 3월 청와대 정의용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이 김정은을 면담한 뒤 김정은의 친서를 들고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했다. 김정은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북한 비핵화가 아님)가 확고함을 트럼프에게 전달하면서 '미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비쳤다. 이때 트럼프는 이같은 사실을 백악관 대변인이 아닌 정의용 안보실장으로 하여금 발표하게 했다. 미국 대통령의 중요한 외교사항을 백악관 대변인이 아닌 한국 대통령실 안보실장으로 하여금 발표하게 한 것은 그만큼 한국정부가 책임지라는 의미가 강한 것이었다.

그러나 트럼프와 김정은이 싱가포르와 하노이·판문점 등 3차례에 걸쳐 만났으나 각자가 기대했던 내용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김정은은 문재인에게 책임전가(責任傳家)하며 "약속한 대로 체제문제를 보장하고 제재 문제도 해결하라고 압박을 하고 있다는 것이 존 볼턴의 생각이다.

김정은은 싱가포르 회담을 마치면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합의한 데 대해 기쁘다"면서 "다음엔 제재를 해제하는 순서인가?"라고 묻자 트럼프는 "열려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존 볼턴은 "문재인이 미국과 북한에 비현실적인 희망을 가지도록 했다면서 이 모든 것은 한국의 외교적 작품이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도 김정은에게 과장된 기대를 하고 있었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회담하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그것은 쇼를 하기 위한 것이었고 회담 내용엔 관심이 없었다"고 존 볼턴은 지적했다.

하노이 회담에선 트럼프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영변 핵시설 외의 시설폐기는 거부했기 때문에 트럼프는 하노이 회담을 결렬시켰다. 트럼프는 당초 '빅딜' '스몰딜' '회담결렬' 등 세 가지 안을 가지고 하노이 회담에 임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당신은 머리가 좋고 신비롭고 좋은 사람이다. 위대한 성품을 가졌다"고도 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에 희망과 과장된 기대를 가졌던 세 사람은 이제 위기에 서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상대에게 크게 뒤져 있다. 김정은은 또 잠행하며 김여정같은 부나비들을 내세워 문재인과 합의한 약속마저도 헌신짝처럼 차버리고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김정은과 포옹하며 합의한 내용들이 폭파되고 파기되자 망신만 당했다.국민에게 유구무언이다.

문재인과 트럼프, 김정은. 누가 과장된 기대와 희망쇼의 주연이고 조연이며 연출자인가? 누가 거짓말장이고 누가 엿장수처럼 가위질만 철거럭거리고 있는가? 상대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주제넙게 큰 소리치는 과대망상은 버리고 가야 할 외교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