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고위급 접촉 뉴스로 잠시 가려졌던 한명숙 전 총리 구속사건이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대법원 확정 판결에 대한 한명숙의 반응은 고위공직자가 추하게 늙어가는 것이 어떤 모습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여기에 더하여 문재인 새정련 대표가 한명숙에 대해 이상하리만큼의 추파를 보냄으로써 한명숙은 다시 한번 망신을 당하고 있다. 문 대표는 한명숙이 구속되자 법정을 찾아갔다가 나오면서 사법정의가 죽었다고 말했다. 재심청구 가능성 여부를 검토해 보라고도 했고 추징금 8억8000만 원에 대해서도 새정련 소속 의원들에게 '십시일반의 심정으로 모금' 운운하는 발언도 했다.
문재인 대표의 이런 언행을 보고 들으면서 뇌물수수죄를 저지른 죄인을 감싸고 도는 후안무치한 모습이야말로 문재인과 한명숙이 극치를 보여주는 듯했다. 한명숙이 구속된 것은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탄압을 받은 것도 아니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된 것도 아니다. 다만 총리시절 자기 선거구 내의 한 건설업자로부터 9억4000만 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뇌물을 받은 것이 들통이 나서 쇠고랑을 찬 것이다.
한명숙의 죄명은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라 뇌물수수죄이다. 한 마디로 높디높은 벼슬아치가 재물을 탐내어 깨끗하지 못한 처신으로 인해 철창에 갇히게 된 것이다. 남명 조식 선생은 임금에게 올린 상소문(上疏文)에서 낮은 벼슬아치는 희희덕거리며 놀아나고 높은 벼슬아치는 거들먹거리며 백성의 재산이나 탐내고 있다고 지적했다.이런 오염된 관리를 일러 역사는 탐관오리(貪官汚吏)라 불렀다. 백성의 재산을 좀먹는 모적[모賊]이라고도 했다.
그런데도 한명숙은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선 나는 무죄'라고 소리 질렀다. 구속집행 전 교도소 앞에선 '이 땅에 사법정의가 죽었기 때문에 그 장례식에 가기 위해 상복(喪服)을 입었습니다' '한명숙이 깨끗하다는 건 국민 여러분 다 아시죠'라고 또 한번 읊었다.
한명숙에게 양심이 있다면 그녀는 억울하다며 큰소리 치기 전에 국민에게 사과하고 반성부터 하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죄지은 자의 겸손한 자세일 것이다. 그런데도 한명숙은 떳떳하다고 변명하며 요란한 퍼포먼스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뿐만 아니라 백합꽃을 가슴에 안고 '순수함과 깨끗함'의 상징인 것처럼 볼성사나운 연출도 했다.
정치인들은 죄를 짓고 난 뒤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이 선고되면 하나같이 사법정의는 죽었다고 떠들었다. 이석기가 그랬고 노회찬도 그랬다. 한명숙의 궤변과 몸부림에 대해 여론은 '씨부리지 마라 다 알고 있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백합꽃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비난도 있었다. 오리(汚吏)와 백합(百合)은 어울리지 않는다. 한명숙은 옛날같으면 종로결장(鍾路決杖)의 대상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중국 청나라 말기의 '유악'은 <노잔유기(老殘遊記)>란 소설에서 '탐관오리보다도 청렴을 가장하여 공(功)을 세우려고 하는 관리의 독선과 위선이 더 나쁘다'고 지적했다. 한명숙은 국무총리 시절 총리공관으로 돈 많은 기업인들을 불러 식사를 대접했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서울역 대합실의 노숙자나 허기진 민초를 공관으로 초대하여 따뜻한 밥 한 그릇이라도 대접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한명숙에 대해 공당(公黨)의 대표인 문재인이 보여 준 발언의 수위는 박기춘 의원이나 다른 정치인들의 경우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극진함이 있다. 초록은 동색이라서 그런가?문재인은 한명숙의 추징금 해결을 위해 모금운동을 언급하기보다는 나라를 지키다가 북괴가 몰래 묻어 놓은 목함지뢰로 인해 부상당한 국군장병에 대한 위로모금 운동을 먼저 전개하는 것이 정치지도자의 참다운 자세이고 순서가 아닌가?
[ 2015-08-31, 10:28 ]
헌법재판소가 어렵고 복잡하게 판단한 이 시대의 양심(良心)도 사람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양심'이 과연 무엇길래 자기 중심적으로 편리하게 쓰이고 있는가? 백범(白凡) 김구(金九) 선생은 1948년 3월1일 '양심건국(良心建國)'이란 휘호를 써서 남겼다. 백범이 강조한 '양심'은 '권력이나 정치이념, 자신의 이익만을 쫓기 위해 암투(暗鬪)를 벌이기보다 나라와 후세를 위해 진정으로 민족을 아끼고 생각하는 마음으로 나라를 세우자'는 뜻으로 휘호를 썼다고 전해지고 있다.
양심을 거론한 또 한 사람 정치인이 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다. 그는 시민운동가에다 국회의원, 장관, 국무총리까지 지낸 고관대작 출신이다. 한명숙 전 총리는 2015년 8월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유죄가 확정돼 감옥으로 들어가면서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선 저는 무죄입니다'라고 주장했다.'비록 제 인신(人身)을 구속한다 쳐도 저의 양심과 진실마저 투옥할 수는 없습니다'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믿습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한명숙 전 총리가 외친 '양심'은 어떤 것인지 역사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있다.
이 시대 우리들에게 '양심'이란 단어는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행동하는 양심'도 있고 '양심수(良心囚)'도 있다.'양심적 병역거부'도 있고 '양심의 가책'과 '불량양심'이란 단어도 있다. '양심'이란 단어가 자기 변명이나 자기 편리한 대로 함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양심'의 사전적(辭典的) 의미는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善)과 악(惡)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道德的意識)'이다. '양심'이란 어휘가 남용되는 이 시대는 선(善)과 악(惡)이 뒤죽박죽이 된 혼돈의 위선(僞善) 소굴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 2018-07-01, 2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