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을 추모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친 칭찬이나 분에 넘치는 립 서비스는 오히려 고인에게 부담을 지우는 결과가 될 것이다. 불법 정치후원금 4000만 원 때문에 정치인생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마감한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은 현역시절보다 이 세상을 떠난 뒤의 평가가 관심을 끌고 있다.

"특권 거부한 그의 삶처럼 모두 직함떼고 고개 숙였다. 사흘새 고위층도, 명사들도 일반인과 줄서서 차례 기다리며 10~20여명씩 입장해 함께 묵념. 진보와 보수인사를 넘어 각계각층 찾아. 삼성반도체 백혈병 유족도. 성소수자 하리수씨도 깊은 애도. 안기부 X파일 홍석현도. 보수성향 한국당 의원들도 추모"(한겨레신문 보도 인용).

사자(死者)에 대해 생전의 과오나 흉허물을 덮어주고 덕담하며 명복을 빌어 주는 것은 인간 세상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살아 있는 자들도 본받을 만한 미풍양속이다. 노회찬이 이처럼 훌륭한 정치인이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추앙의 대상이었던가 하는 사실은 고인이 현역 정치인으로 활동할 때는 별로 느끼지 못한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노회찬도 현역시절엔 풍파가 많았고 영욕이 교차된 것도 기록으로 남아 있다. 노회찬의 빈소(賓所)에는 고인이 남기고 간 풍파와 영욕을 뛰어넘어 많은 조문객(弔問客)이 줄을 잇는다니 참으로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정치현실도 노회찬의 빈소 모습처럼 상호간의 미움과 원한과 다툼과 시기질투와 중상모략과 보복이 사라지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져 본다.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의 어리석은 선택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고 떠나간 고인의 결단에 대해 살아 남은 자들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아직도 노회찬처럼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도 반성하기는커녕 살아남기 위해 변명하기에 급급하고 잘못을 숨기기에 얄팍한 꼼수를 부리는 정상배들과 고관대작들이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짐승만도 못한 철면피들이다.

노회찬 전 의원에 대한 평가는 조문행렬과는 달리 사가(史家)들이 별도로 평가할 것이다.고인을 칭송하고 추모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친 칭찬이나 분에 넘치는 립 서비스는 오히려 고인에게 부담을 지우는 결과가 될 것이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노회찬도 지키지 못한 정치자금법, 개선해야 한다"(7월26일)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노회찬이 청렴완벽한 정치인이요, 정치후원금과는 담을 쌓은 그야말로 깨끗한 정치인이었다는 전제하에서 제기할 수 있는 주장이다. '노회찬도 지키지 못한 정치자금법'이라고 못을 박은 것은 전제가 잘못된 것이다. 노회찬도 정치후원금 앞에서는 떳떳하지 못했다. 그래서 양심선언을 하고 하직한 것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정치권이 각급선거를 치르면서 무리하게 정치자금을 끌어 모으는 폐단과 부작용을 막기 위해 국회가 국민여론을 기반으로 하여 만든 법이다. 이같은 정치자금법이 살아 있는데도 어리석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받다가 일어난 부작용이 바로 노회찬의 희생이다. 정치인들이 각급선거와 일상의 정치활동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기업인을 괴롭히고 무리하게 후원금을 모금하는 적폐가 확대 재생산할 수 있도록 법망을 느슨하게 해야 된다는 논리 전개는 신중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 공기(公器)인 언론이 가볍게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가벼운 것이다. '드루킹의 경공모'가 노회찬에게 정치후원금을 제공하며 접근한 저의(低意)가 충격적이다. 노회찬이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되면 노회찬을 이용해서 "국민연금에 영향을 끼칠 목적이었고 적극적 주주권의 행사 유도로 재벌 해체와 국민기업화를 노렸다"는 음모가 미수에 그쳤다는 언론보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자금법상 허용되는 정치후원금 제공이 검은 커넥션과 연계될 수 있는 가능성은 한국 정치를 흑막으로 몰고 갈 합법적 장치가 될 수도 있다.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노회찬 의원에 대한 정중한 조문은 좋으나 지나친 칭찬과 사례 열거는 어쩌면 고인에 대한 과찬비례(過讚非禮)요, 과공비례(過恭非禮)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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