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KTX 열차 안에서 큰소리를 치며 시끄럽게 떠든 승객을 다스린 것이 화제다. 김장관은 대구에서 KTX 특실을 타고 서울로 오는 도중 여승무원을 상대로 큰소리치며 거칠게 덤벼든 승객에게 “왜 갑질하느냐?”며 조용히 하라고 내쫒았다는 것이다. 언론은 김 장관이 문제의 승객에게 ‘호통쳤다’ ‘제압했다’ ‘혼쭐냈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미담(美談)형태로 보도했다. 장관 비서실도 ‘장관은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하라’고 했다며 겸손함도 보였다.

문제의 승객이 왜 소란을 피웠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김부겸 장관은 철도공안원처럼 행동했다. 큰소리치며 승무원을 공격하는 승객을 보고 “왜 갑질하느냐?”고 말한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국민인 승객이 철도운영에 대해 불만이 있어 공인인 담당승무원에게 불만을 나타낸 것은 갑질이 아니라 항의의 표시이다. 그 태도가 좀 거칠었을지는 몰라도 승객은 자신의 불편에 대해 당연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신문기사가 사실이라면 김 장관은 국민을 혼쭐내고 제압하며 호통쳐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는 그 자체가 오히려 갑질이다. 

장관이라는 최고위직 공직자가 철도운영의 불편함에 대해 불만을 나타낸 승객을 보고 갑질 운운한 것은 적절한 언사(言辭)가 아니다. 국민을 제압하고 호통 치며 혼쭐내는 것은 철도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철도공안요원이 할 일이다. 장관쯤 되면 소란을 피운 승객에게 신분을 밝히고 조용히 자초지종을 확인한 뒤 점잖게 타이르거나 불편사항을 처리해 주는 것이 장관다운 자세라고 본다. 타이르는 것은 ‘잘 알아듣도록 자상하고 조리 있게 말해주며 설득하는 것’이다.

승객도 불만이 있어서 시끄럽게 떠들었을 것 아닌가? 승객도 “당신 공무원이냐?”며 장관에게 물었다는 것 아닌가? 김부겸 장관쯤 되면 개인적인 일로 여행 중이었다면 특실 아닌 일반실을 이용하는 것은 어땠을까? 장관의 철도이용 예우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김부겸 장관이 특실 아닌 일반실을 타는 것이 민정시찰도 되고 철도이용에 대한 실태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또 근검절약하는 본보기도 되었을 것이다.

열차 안에서 일어난 헤프닝을 무슨 무용담(武勇談)이나 되는 듯 대서특필한 언론이나 장관 비서실이나 좀 치사하고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김부겸 장관이 무슨 협객(俠客)이나 되는가? 무협소설(武俠小說) 쓰듯이 대서특필하는가? 가십거리 아닌가? 정치를 제법 했다는 김부겸도 한 번씩 허점(虛点)을 드러내며 오버액션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