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프로그램으로 상처받은 국민이 어디 세월호 유족뿐인가? 노조가 주제넘게 MBC 대표권을 행사하는 그 자체가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짓밟는 만행이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이하 MBC 노조)는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이 세월호 유가족을 조롱한 데 대해 사과했다.

"방송으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청자 여러분께 MBC 방송 종사자들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제작진 몇 사람의 단순 실수로 볼 수 없다.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방송이 가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종사자 모두의 각성과 노력이 여전히 모자란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로그램 제작 종사자들은 방송제작 과정 하나하나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잘못된 내부 관행이나 제작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고 바꾸겠다. 시스템 실패와 우리 스스로의 안일함과 싸우겠다"고 밝혔다.

MBC 노조의 이같은 선언은 언뜻 들으면 대오각성하고 프로그램을 제대로 제작하겠다는 다짐같아 보인다. 그러나 공영방송을 노영방송으로 변질시킨 문제의 장본인인 MBC 노조가 그동안 '시스템 실패와 안일함'에서 벗어나 가열차게 싸우겠다며 전의(戰意)를 다짐한 것은 앞으로의 MBC 프로그램이 얼마나 편파적이며 친노조적인 편향성을 나타낼 것인가에 대한 강철같은 의지를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MBC 노조는 '잘못된 내부 관행이나 제작시스템'과 싸우겠다는 것만을 거듭 강조했을 뿐 공영방송의 생명인 프로그램을 '공정하고 불편부당'하게 제작하겠다는 결의의 천명은 하지 않았다. 노조의 이같은 태도는 적극적으로 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MBC 프로그램으로 상처받은 국민이 어디 세월호 유족뿐인가? 광우병 관련 보도를 비롯한 자료화면 조작과 인터뷰 인물 조작, 그리고 김현희 거주지 폭로와 식당 종업원 탈북사건 등 국민의 안위와 생존과 관련된 수많은 MBC 프로그램이 사회적 물의를 초래했고 시청자들의 공분(公憤)을 불러오지 않았는가? 국민의 가슴을 찢어놓은 왜곡 저질 프로그램에 대한 반성과 참회는 하지 않았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가 MBC 전 종사자를 대표해서 사과문을 발표한 것도 적절치 않다. 회사 차원의 사과를 할려면 MBC를 대표하는 대표이사 사장과 임직원 이름으로 하는 것이 예의이다. 노동조합도 공정노조 등 3개 조합이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가 주제넘게 MBC 대표권을 행사하는 그 자체가 공영방송 MBC의 정체성을 짓밟는 만행이다. 반성은커녕 오만함과 광기의 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