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경찰청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울산광역시장실을 압수수색하자 자유한국당 장제원 대변인이 경찰을 “사냥개”에 비유한 데 대해 시끄럽다.

클레멘테리베토 이탈리아 북부 치안판사는 “개도 짖을 존재적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웃집 개가 너무 짖어대는 바람에 피해를 입었다며 개 주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하며 이렇게 판결한 것으로 외신은 전했다. 개도 짖을 존재적 권리가 있다고 판시한 소식이 전해진 시기에 한국에서는 ‘짖지 않은 개타령’이 대통령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사행성 도박게임 ‘바다이야기’의 피해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도둑이 들려니 개도 짖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대통령에게 사회 문제를 제대로 보고해야 할 ‘개’에 비유되는 국가 사정(司正)기관은 어디인가? 경찰, 검찰, 감사원, 국정원, 국세청, 청와대 민정수석실, 국무총리실 등 이른바 사정기관이 감시견(監視犬)에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의 기능도 ‘워치독(Watch Dog)’ 즉 사회감시기능의 역할이 감시견으로 강조되고 있다. 짖어야 할 개가 짖지 않았다며 이들 감시견들에 대해 대통령이 질타할 정도이면 감시견들은 직무유기를 했거나 복지부동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반란일 수도 있다.

개(犬)에 비유된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의미만은 아니다. 이 지구상에는 약 500여 종의 개품종이 있다. 수렵견인 Hound, 실용견인 Utility, 조렵견인 Gundog, Terrier, 사역견인 Working, 애완견인 Toydog 등으로 분류된다. 크기에 따라 분류하면 셰퍼드, 세인트버나드 같은 초대형도 있고 포인터, 휘페트 같은 대형견, 진돗개, 달마시안, 에어에일테리어 같은 중형견, 삽살개, 불독, 퍼그 같은 소형견, 치와와 같은 초소형견도 있다. 또 성질에 따라 주인에게 충성하고 의리 있는 충견(忠犬)도 있고 보기만 하면 물어뜯는 맹견(猛犬), 미친개[狂犬]도 있다. 주인에게 의리를 지키고 위기에 주인을 지켜 준 의견(義犬)도 있고 아무 것이나 집어 삼키는 똥개[糞犬]도 있다. 이 수많은 개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비유한 개는 사냥개와 똥개이다.

‘토사구팽’이란 사자성어도 있다. 토끼를 다 잡고 나면 토끼사냥에 나섰던 사냥개는 삶아 먹는다는 뜻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특정 정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는 경찰의 압수수색이 빌미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자유한국당이 문제를 삼고 나올만한 원인제공자가 경찰임은 분명하다. 경찰로선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범죄혐의가 있어서 압수수색한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압수수색을 지휘한 책임자는 울산지방경찰청장 황운하다. 황운하는 평소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위해 분투한 열혈경찰이요, 경찰충성파다. 검찰로부터는 미운털이 박혀 있다. 황운하는 또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 울산시장 출마후보자 某 씨와도 몇 차례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 황 청장의 이런 행동거지가 자유한국당과 경찰의 충돌배경인 것으로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황 청장은 자유한국당의 비난에 흥분하고 분노할 것이 아니라 어째서 이런 사태가 전개됐는지 조용히 반성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공직자가 어찌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겠는가? 김영삼 대통령이 김대중과 이회창의 대결선거에서 이회창 후보 측이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 문제를 폭로하고 검찰에 수사를 촉구했을 때 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기에 야당 후보의 비자금 문제를 파헤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하여 검찰의 수사를 중단시킨 사실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영삼과 이회창은 같은 당이었음에도 YS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황 청장은 왜 그런 대인다운 생각을 하지 못했는가? 아직도 성숙하지 못하고 혈기만 왕성한 탓인가? 오얏나무 밑에선 갓끈을 고쳐 매지 말고 참외밭에서는 미투리끈을 조여 매지 말라고 한 속담도 있지 않는가?

황운하 청장과 전·현직 경찰들에게 묻는다. 사냥개와 똥개소리 듣는 것이 그렇게 기분 나쁜가? 그럼 2010년 8월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를 “양아치 두목 같은 자”(경향닷컴 인용)로 혹평한 전직 국무총리의 비난에는 어째서 입 다물고 있었는가? 양아치 두목은 영광스럽고 사냥개만 기분 나쁜가? 전·현직 경찰이 들고 일어나서 일인시위를 하고 SNS를 도배질하며 떠드는 그 자체가 박수 받을 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경찰이 데모하는 나라치고 제대로 된 나라가 없다. 장면 정권 시절 김선태 국회의원이 경찰관 뺨을 때린 사건에 항의하며 경찰이 데모를 했다. 장면 정권은 다음해 사라지고 말았다. 경찰은 어느 특정 정당, 특정 정부의 경찰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찰이요, 국민의 경찰임을 알아야 한다. 경찰은 수사권 독립을 위해 매진하는 판국에 권력의 주구라는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