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장관, 당신은 ‘접시꽃 당신’ 시집 한 권으로 일약 문화계 스타가 된 뒤 장관 자리에까지 올랐으니 속담그대로 ‘개천에서 용 났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겠지요? 한편으론 당신이 그렇게도 애절하게 읊어댔던 ‘접시꽃 당신’은 저세상으로 갔으니 장관이 됐는데도 기쁨을 나눌 길이 없어 허전하기도 하겠지요? 또 평창 동계올림픽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서도 앞 정권의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파헤치기 위해 조사팀을 만드는 등 심혈을 기울이고도 있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박근혜 정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았던 그 문제의 인물들이 문화예술계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밝혀졌으니 참으로 눈앞이 캄캄해졌겠지요? 도 장관, 당신과 노선을 함께 한 그 사람들이 짐승 같은 짓을 한 데 대해 눈 감고 있자니 피해 여성들의 피 끓는 울부짖음과 국민 여론의 시선이 무섭고, 노선을 함께 한 그들을 감싸고돌자니 명분과 체면이 말이 아니고,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지요?

도종환 장관, 당신이 진정한 시인이요 문화예술행정의 중책을 맡고 있는 장관이라면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조사에 앞서 ‘진보문화예술인’이란 가면을 쓴 성폭력 상습범들을 먼저 청소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니겠는가?

문화예술인들이 술자리에서 걸쭉하게 늘어놓던 음담패설(淫談悖說)이나 ‘와이담’은 옛날엔 용납될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버리고 가야 할 유산이오. 아직도 그런 착각에서 놀아나고 있는 섹스애니멀(Sex Animal)들이 당신과 노선을 같이하는 패거리로 남아 이 정부에서도 득실댄다는 것은 창피한 현상 아닌가? 이런 짐승 같은 자들이 우글대니 박근혜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만들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도종환 장관, 배신자란 소리를 듣더라도 쓰레기 같은 성폭력 상습범들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