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추정의 원칙도 짓밟아가며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특검의 행위는 정당한 것입니까? 반론권과 방어권도 사람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것입니까? 박영수 특별검사님. 우리 속담에 '옷깃을 스쳐도 인연'이란 말이 있지요? 며칠 전 이임하는 주한 미국대사 '리퍼트'도 이 말을 인용한 바 있지요. 박 특검이 2000년대 초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장 시절 어떠한 인연으로 만나 골프도 치고 식사도 한 적이 있었지요,그리고 지난 해 여름 저녁무렵 팔레스호텔 로비에서 우연히 만나 악수도 한 적이 있지요,이렇다면 생면부지는 아니고 그렇다고 절친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라고 할수는 있지요?

그러나 박 특검의 존함이 매스컴을 타게 되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 봤지요, 괜찮으시다면 박 특검에 대한 몇 말씀 먼발치에서 전하는 것을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박 특검은 알려진 대로 제주도 출신으로 어린 시절 서울의 명문인 K중학을 졸업하고 K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카톨릭 계열의 D고등학교에 진학했지요. 이때 상심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여 역시 명문인 S대 철학과에 합격하였지요. 그리고 절차탁마하여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검사가 되어 탄탄대로를 거쳐 검찰의 꽃이라는 대검 중앙수사부장, 고등검사장 등 요직을 거친 뒤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지요. 비록 검찰총장이라는 자리까지는 오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성공한 셈이라고 생각하시지요. 검찰 선배들의 평판도 그런대로 좋고 성품 또한 훌륭하셨다니 후회는 없으리라고 믿습니다.

특히 현직 중수부장 때는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도 구속시키는 등 정의감에 불타는 씩씩한 검사였었지요. 그래도 법복을 벗고 나니 회한도 많고 손볼 놈도 여러 명 있다고 느낀 적도 있으시지요. 특히 검사 시절 철학과 출신이라고 해서 법대 출신 동료들에게 무시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요.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와 컴플렉스에 시달렸지만 이(齒)를 악물고 노력하여 왕따는 당하지 않았지요.

박영수 특별검사님, 각설하옵고 요즘 당신에게 집중된 민심의 동향에 대해 몇 말씀 전하노니 흘려 듣지 마시길 바랍니다.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한 수사가 기세등등하고 특검 앞에는 장관과 교수, 재벌총수들도 고양이 앞의 쥐처럼 벌벌 떨고 있으니 그 위세 또한 대단함을 실감하시지요. 나아가 대통령도 특검 앞에선 바람 앞의 촛불처럼 연약해 보이기만 한 것이 국민들의 시선입니다.

그러나 특검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 하는 지적도 있고 특검의 오버(OVER)를 법원이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겠지요. 마이클 브린 전 외신기자클럽 회장이 "검찰수사 발표에만 의존해 탄핵소추를 한 것은 공정하지 않다" "법원에서 범죄사실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박 대통령에게 방어권과 반론권을 주지 않는 것은 비민주적이다" "촛불이 너무 강해 허약한 법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촛불이 강하면 법과 제도를 붕괴시킬 것이고 이런 사례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좀처럼 볼수 없다" 등등의 지적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이고 있으시죠?

그리고 이규철 특검보가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사유로 "경제보다는 정의를 바로세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 데 대해 많은 기업인과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헐벗고 굶주린 창자에는 자유와 정의 따위는 사치"라는 지적의 경구도 잊지 않으셨겠지요.

이른바 최순실 태블릿PC의 실체에 대해 의혹이 계속되고 있고 심지어 특검이 제시한 태블릿PC마저 진위 여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듣고 있으시죠. 불법의 평등은 평등이 아니라고들 말하지만 수많은 판례와 관례가 재판에서 종종 인용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무죄추정의 원칙도 짓밟아가며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특검의 행위는 정당한 것입니까? 반론권과 방어권도 사람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것입니까?

박영수 특검, 그럴 리야 없겠지만 세인들이 우려하고 있는 바와 같이 혹여 공명심에 사로잡혀 날카로운 칼날을 특정인에게만 들이대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물어 봅니다. 또 이번 한 건만 잘하면, 만약 정권이 바뀌면 법무부 장관이나 정부요직에 발탁될 수도 있다는 대가성을 염두에 두고 사기충천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전하는 바입니다.

박영수 특검. 이순(耳順)의 언덕에 찾아 온 권검(權劍)을 만용과 오기로 헛되이 휘두르지 말기를 간청합니다. 공명정대하고 사심없이 국사에 대해 정정당당하기를 바라는 바이오. 이만 줄입니다. 박영수 특별검사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