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개그라 해도 허위를 사실인 양 표현해 특정 집단(특정인)을 희화화하는 소재는 용납될 수 없다. 김제동은, 본인의 '13일 영창 수감' 발언이 '웃자고 한 소리였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사실이 아닌 것을 억지로 웃기기 위해 무리하게 만들어 낸 황당 개그였음을 자인한 셈이다. 이러한 거짓 개그가 국정감사에서 말썽이 되자 김제동의 반응이 가관이다. 기고만장(氣高萬丈)은 물론, 내 눈엔 안하무인(眼下無人)으로까지 비친다. 정도가 지나치다.

김제동이 이렇게 교만한 언행을 해대는 데 한 가지 이상한 게 있다. 국회의 자존심과 권위를 주장해 온 야당 국회의원은 이 문제에 꿀 먹은 벙어리 같다. 인기몰이에 빠져 있는 개그맨이 아무렇게나 뱉은 말로 치부, 어물쩍 넘어 가려는 것 같다. 그러기엔 金 씨의 이번 발언은 그 파급력이 너무 크다. 그의 문제 발언은 軍의 체면과 위신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아무리 웃기는 걸로 먹고 사는 개그맨이라고 해도, 방송의 특정 프로그램에 고정출연 하면 그 개그맨은 사인(私人)이 아니고 공인(公人)의 신분이 된다. 따라서 언행에 책임이 따른다. 公人이 사회의 공기(公器)인 방송에 나와서 거짓말을 하거나 허위를 사실인 것처럼 조작하는 건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이는 방송 컨텐츠를 저질화시키고 방송 환경을 오염시킨다.

개그의 핵심은 해학(諧謔)과 풍자(諷刺)다. 해학은 우스꽝스러운 익살이며 무해(無害)한 웃음으로 공격성을 배제하는 것이다. 풍자 또한 현실의 문제를 소재로 삼아 불특정 다수에게 던지는 사회적 화두(話頭)이다.

그렇지만 특정인과 특정 지역 등 특정 대상을 겨냥, 비아냥거리거나 야비한 언사(言辭)로 조롱하면 피해자들의 반발과 부작용이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웃자'고 아무렇게나 불량(不良) 개그를 방송으로 내보내서는 안 된다. 개그도 일종의 창작물이다. 그래서 공공성과 공익성이 강조된다. 품격도 중요시한다. 불량 저질개그를 지속했을 시, 방송사와 해당 개그맨에 대해 방송윤리심의규정에 따라 제재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소설가 오영수가 1979년 <문학사상> 신년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특질고(特質考)'에서 특정 지역 사람들을 폄하했다가 한국문인협회와 국제펜클럽으로부터 제명(除名)되는 수모를 겪었다.

오영수는 작품에서 <ㅇㅇㅇ 사람들은 간사하고 표리부동하고 신의가 없다. 입 속의 것을 옮겨줄 듯 사귀다가도 헤어질 때는 배신을 한다. 간사하고 자기위주이며 지능적이다>라는 취지의 글을 썼다. 이러한 묘사가 알려지자 해당 지역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 오 씨를 규탄하는 일이 벌어졌다. '창작과 표현의 자유'라는 옹호도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문학작품도 특정 지역과 특정 조직, 특정인을 폄하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와 창작품의 특성이란 범주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김제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개그라 해도 허위를 사실인 양 표현해 특정 집단(특정인)을 희화화하는 소재는 용납될 수 없다. 개그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란 것을 김제동 씨가 이번 기회에 자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