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파행 혼란의 중심에 정세균 의장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있다. 그리고 3인방에 대항하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있다(이하 직함과 존칭 생략).

정세균의 국회의장직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이정현의 처신에 대해 왈가왈부 말이 많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단식농성을 하는 것은 한국정치사에 있어 초유(初有)의 놀라운 사실이라고 비판적인 지적을 하는 사람도 있다. 오죽했으면 여당대표가 단식투쟁을 하겠느냐는 옹호의 시선도 많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야당의 전유물이던 단식투쟁을 이제는 여당대표도 해야만 하는 절박한 정치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그만큼 거대야당의 횡포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통치의 근간(根幹)이 뿌리째 흔들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 집권당의 현실인식이다.

박지원은 이정현의 단식투쟁이 야당에 휘발유를 뿌린 격이라고 했다. 야당의 의원직 사퇴와 단식, 농성 등은 모두 국민들의 눈에는 정치쇼로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런 정치쇼를 하지 말라고 했다고도 한다. 이정현의 단식도 정치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현은 “나는 쇼나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응했다. 박지원이 이정현에 대해 “대통령에게는 말도 제대로 못하더니”라고 비아냥거리자 이정현은 “나는 박지원에 대해 선배 대접을 깍듯이 했는데 박지원은 고향 후배를 능멸했다”고 쏘아붙였다. 박지원은 이번에 ‘선배 노릇하기도 어렵고 아무나 선배 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꼈을까? 박지원은 현란한 수사와 얄미울 정도의 말솜씨로 세상을 쥐락펴락하지만 때로는 부메랑이 되어 망신을 당할 때도 있다.

국회파행의 원인제공자인 정세균도 보기보다는 말장난이 심하다. 김재수 농림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무리하게 통과시킨 얄팍하고 교묘한 의사진행이 벌써 두 번째 국회파행의 화근이 됐다. 중립적이고 평형감각을 가져야 할 국회의장이 특정 정당의 하수인 노릇이나 한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한국정치의 불행이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세균의 결정적 실수는 “맨 입으로는 안 되지”였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통과는 당당하지 못하게 속된 표현으로 “엿 바꾸어 먹으려 한 것”이란 비난을 면치 못하게 한 결정타였다. 사석(私席)도 아닌 국회의장석에서 마이크까지 켜놓은 상태에서 공공연히 발언한 것은 정세균의 이중적 언어유희(言語泑戱)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 것이다. 정세균은 무엇을 얼마나 많이 받아 먹어야 직성이 풀린단 말인가? 지금까지 야당은 국정(國政)을 논의하면서 흥정하고 무엇을 꼭 얻어먹어야만 협조해 왔던가? ‘맨 입’으로는 절대 안 되니까 차수(次數)까지 무리하게 변경해가며 해치운 것인가? 국회의장은 자리만 높은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앉을 사람도 높은 품격을 갖춰야 한다. ‘맨 입’ 운운하며 식탐(食貪)이나 내는 것은 국가 의전서열 2위의 고관대작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구질구질한 변명이 왜 필요한가?

추미애도 좌충우돌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을 발표했다가 갑자기 취소하더니 이번에는 이정현의 단식을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단식한다”고 비꼬았다. 그럼 야당은 언론에 잘 보이려고 기자들이 카메라만 들이대면 큰소리치고 막말을 해대는가? 명색이 한 나라의 정치지도자란 사람들이 이 모양 이 꼴이니 국민들이 무슨 낙(樂)으로 살아갈 것인가? 전쟁터에서도 포로가 된 적장(敵將)에 대해 예의를 갖춘다. 한국 정치인들은 어째서 이렇게 무지막지한가?

끝으로 충격적인 것은 한 종편채널에 출연한 某 패널의 발언이다. 이번 김재수 해임 건의는 명분도 절차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특정지역 출신이 농림식품부 장관에 발탁되지 못한 것에 대해 섭섭해서 저지른 것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