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前 진로그룹 회장이 중국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한다. 장진호 前 회장의 죽음을 보며 진로그룹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진로는 초창기, “진로 한잔 하면, 진로 파라다이스…”로 시작되는 CM송을 당시 우리나라 유일의 민간 상업방송인 부산 MBC에 내보내며 사세(社勢)를 키워갔다. 진로그룹은 1980년대 초 ‘2세 경영인’인 장진호 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경영의 어려움을 겪었고, 급기야 그룹이 공중분해되고 말았다.

그가 생전에 남긴 <월간조선>과의 인터뷰는 진로그룹이 어떻게 몰락했는가를 극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특정 개인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100% 정확한 사실여부를 확인할 순 없지만, 금력(金力)과 권력(權力)이 유착되면 어떤 일이 초래되는지 잘 보여준다. 아래는 필자가 <조갑제닷컴>에 기고했던 내용으로 재록(再錄)한다.

2013년 4월1일 <조갑제닷컴> 게재

<그동안 몰랐던 비밀이 폭로 되었을 때 받는 충격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그것이 유명인사와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전직 재벌회장이 야당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한국 소주의 대명사격이었던 진로그룹의 張震浩(장진호) 前 회장은 <월간조선> 4월호와 가진 인터뷰에서 “전두환-김대중 간 거래의 보증인 역할을 하면서 10여 년간 주식과 정치자금을 DJ에게 전달했다”며 “규모는 500억~60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또 “(내가) 진로 경영권을 확보한 데에는 정권의 비호가 있었다”고도 했다. 張 前 회장은 정치자금이 지금은 故人이 된 林 모 의원을 통해 제공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신동아그룹’이 있다. 2009년 초, 최순영 前 신동아그룹 회장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정권 실세들이 이리떼처럼 달려들어 20조원짜리 회사를 뜯어먹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문제는 그 DJ가 生前에 ‘정치자금만큼은 깨끗했다’고 호언장담 했었다는 사실이다. 張 회장의 주장에 대해 DJ 측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張 前 회장의 증언은, 한국 정치의 거짓과 위선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